이번 대표팀은 KBO좌완 에이스 양현종을 비롯해 과거 대표팀에서 맹활약 해오던 우완 윤석민 마저 부상으로 이탈하며 선발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이 치른 7경기중 선발 투수가 5이닝 이상 던진 경기는 대승을 거둔 도미니카전(장원준 7이닝 2실점)과 베네수엘라전(이대은 5이닝 2실점) 밖에 없다. 김인식 감독의 퀵후크 전략이 있긴 했지만 선발 투수의 힘이 부족했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우리 불펜은 이번 대회에서 총 30이닝을 던지며 4실점 내주는 방어율 1.2의 ‘짠물 피칭’을 펼쳤다. 그것도 이중 4실점이 몸이 풀리기 전 치른 일본과의 1차전 경기에서 내준 것이다. 임창민이 멕시코 전에서 내준 나머지 한 점도 수비진의 실수로 비자책으로 기록됐다.
대표팀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좋은 활약을 펼쳤다. 차우찬은 팀이 어려울 때 길고 짧게 도합 9이닝을 던지며 1실점으로 틀어막는 큰 역할을 해냈다. 특히 멕시코전에 등장해 3이닝 동안 삼진 8개를 잡는 장면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김인식 감독은 멕시코전 승리 후 “"8강부터는 차우찬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강한 신뢰를 들어낸 바 있다.
지난 19일 열린 일본과의 준결승전은 불펜 운영의 진수를 느낄 수 있었다. 우완 강속구 투수 이대은이 내려간 후 좌완 파이어볼러 차우찬을 올려 긴 이닝을 막았고, 이후 각기 다른 성향의 투수 5명이 올라와 짧은 이닝을 나눠 던지며 상대를 혼란스럽게 했다. 사이드암으로 빠른 공을 던지는 심창민이 상대의 타이밍을 흐트러트린 후 왼손 기교파 정우람이 올라와 날카로운 제구와 각이 큰 변화구로 상대를 제압했다.
이어 다시 빠른 볼을 던지는 오른 손 투수 임창민이 마운드에 올라 한 타자를 사카모토를 삼진으로 잡았고, 9회에는 언더핸드 투수 정대현과 좌완 이현승이 차례로 등장해 경기를 마무리했다.
다양한 구성의 불펜과 이의 적절한 운영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이제 한 경기 남았다. 뒤가 없는 결승전인 만큼 모든 불펜이 출격 대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2경기에 나와 많은 공을 던진 장원준이 얼마나 버틸지는 모르나 뒤가 든든하다. 김인식 감독은 2번째 투수로 누굴 내보낼지 고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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