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나의 작은 습관이 지구를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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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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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원 에코맘코리아 대표

우리 모두 아는 만큼 행동한다면 지금 세상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실천하지 않는 지식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고 한다. 그건 단지 내가 아는 것에 불과하지 나와 세상을 살리고 발전시키는 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배움의 정도가 머리로 받아들이는 것에 그칠 뿐 마음을 움직여 몸을 따라가게 하는 진정한 배움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학교와 학원에서 보내며 배우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낼 수 있는 어울림의 방법이나 다른 생명과 함께 살아가는 상생의 방법, 그리고 우주에 하나밖에 없는 지구에서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지식에 대해서는 배움이 얕다. 때문에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모두 알고 있는 것처럼 술술 이야기 하지만, 정작 한걸음만 더 깊이 들어가면 머리를 갸웃거리며 “글쎄요?”라고 답하고 만다.

세계에서 유래없이 성공한 정책인 쓰레기 종량제도 생활로 정착되며 일상이 되어버렸다. 무심코 분리 배출하는 생활이 수십 년 간 반복되면서 그것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일상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일상의 습관으로 자리 잡은 분리배출이 제대로 된 배움없이 이루어지다보니 오히려 제도의 취지와 가치를 역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는 아파트 분리 배출일에는 주민이라면 누구나 한아름 재활용품을 들고 나와 구분된 표시에 따라 분리배출을 한다. 플라스틱, 빈병, 종이, 철 등 나뉘어져 버리는 그 안에는 내가 돈을 주고 이미 부담한 보증금이 포함된 빈병도 함께 담기고 있다. 40대 이상의 국민이라면 어릴 적 빈병 몇 개로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바꿔 먹던 추억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빈병을 동네 슈퍼나 편의점에 반환하는 것을 찾아보기 힘들어 졌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종량제와 분리배출 때문일까? 제대로된 배움없이 일상이 된 현상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시점이다.

연간 보증금이 포함된 유리병은 약 50여 억 병이 시장에 유통된다. 이 가운데 95%인 48억병은 제조공정으로 돌아와 85%인 약 43억병이 세척공정 등을 거쳐 다시 사용된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유리병 하나가 8번 정도 재사용된다. 하지만 독일, 핀란드 등 선진국에서는 95%이상이 재사용되고 있고 40회 이상을 사용하는 현실에 비추어보면 그리 높은 것만은 아니다. 85%도 충분하지 않느냐고 말할 수 있지만,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되면 연간 5억병이라는 엄청난 빈병을 재사용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환경부가 지난 9월 빈용기보증금제도 개선계획을 발표했다. 21년간 동안 한번도 오른 적 없었던 보증금이 선진국 수준에 맞게 신병 제조원가의 70%로 높이고 취급수수료도 물가 수준 등을 반영하여 현실화한다는 내용이다. 자원순환사회 구현을 목표로 추진하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이렇게 환영할만한 일에 앞서 ‘보증금이 올라가더라도 소비자가 반환하지 않을 것이다’. ‘보증금 인상은 오히려 원가 부담을 높여 소비자 부담만 증가시키는 정책이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환경을 위해 나의 수고가 동반되면 돌려받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막연히 ‘소비자가 반환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주장하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잘 알려서 더 많은 자원을 다시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모아야 할 때다.

기후변화로 인한 일상의 위협이 점점 심각해져가고 있는 요즘, 자원순환이 얼마나 중요한지, 왜 우리가 보증금을 내며 빈병을 이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그 가치를 더 널리 알린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오랫동안 제대로된 교육없이 일상의 습관이 되어버렸기에 고칠 수 없다는 시선으로 바라보면 친환경생활, 자원순환사회는 우리에게 오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지구를 빌려쓰고 있다. 우리 아이들도 지구시민으로 살아가게 하려면 현명한 선택을 한다. 지난 9월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소비자 10명 중 1명만 직접 빈병을 반환하고 있지만 보증금이 오르면 10명 중 9명이 반환하겠다고 응답하였다. 새로운 정책이 시행될 때에는 그만큼 여러 가지 긍정과 부정의 영향이 예측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부정의 영향만 보고 미리 겁먹고 시행하지 않는다면 더 나은 발전을 이루기는 어렵다.

내가 부담한 보증금을 돌려받는 것이고 넓게는 자원순환을 실천하는 일이고 또 이런 작은 행동이 모여 환경을 살릴 수 있다는 큰 뜻을 알린다면 우리 국민들도 적극 이 정책에 동참하게 될 것이다.

나의 작은 행동으로도 지구를 살릴 수 있다. 21년 만에 개선되는 이번 정책이 성과없이 끝나지 않도록 작은 실천을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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