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헬무트 슈미트 전 독일총리를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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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23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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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정 주함부르크총영사[사진=외교부 제공]

장시정 외교부 주함부르크총영사


 
헬무트 슈미트 전 독일총리가 지난 10일 타계하였다. 그의 장례식은 오는 23일 독일정부의 국장으로 고향인 이곳 함부르크 ‘성 미하엘교회’에서 거행된다.

연방총리의 국장은 관례적으로 베를린의 제국의회에서 거행되지만 그는 유언을 통하여 자신의 장례를 고향인 함부르크에서 치러달라고 하였고 조문인사들 까지도 일부 정해 놓았다 한다.

사실 그는 베를린과는 별 인연이 없었다. 총리로 재임했던 70-80년대 서독시절은 베를린 천도 훨씬 전의 일이고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로는 타계시까지 30년 이상을 언론인, 저술인, 강론가로 활동하면서 함부르크를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독일시민들로부터 가장 오랫동안 사랑과 존경을 받은 정치인이자 자유로운 세기적 지성으로 기억될 것이다.

슈미트총리는 함부르크 주정부에서 내무장관 시절이던 1962년 수백명의 사망자가 나왔던 엘베강 대홍수때 통상적인 관리자로서의 한계를 뛰어 넘는 담대하고도 신속한 조치로 수천명의 인명을 구출해 냈고 이 때 그는 ‘해결사’(Maker)란 별명을 얻게 되었다.

이 후 빌리 브란트 내각에서 국방장관, 재무장관을 역임하고 1974년 연방총리에 오른다.

1982년 당시 자민당과의 연정 와해로 불신임 투표를 주도한 기민당의 헬무트 콜에게 패배하여 총리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대내적으로 경제위기 극복과 사회개혁을 이끌었고 대외적으로는 빌리 브란트총리의 동방정책 계승과 데탕트외교를 통하여 향후 통일독일의 초석을 놓았다.

지스카르 데스텡 프랑스대통령과 함께 지금 G-7의 전신인 G-6를 만들었고 유럽통화동맹의 전신인 유럽통화체제(EMS)를 창설하였다.

그는 평화와 민주주의는 힘과 자각에 의해서만 유지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어려운 사태의 고비마다 신속하고 단호한 결단력으로 행동하는 정치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적군파의 테러로 얼룩졌던 1977년 ‘독일의 가을’ 당시에는 단호한 조치로 테러와 타협치 않았고 소련의 핵배치에 대항해서는 1979년 미국의 퍼싱-2 미사일의 독일배치를 허용하는 대신 소련과의 군축 협상을 연계하는 ‘나토 이중결의’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작년 9월 슈미트총리의 사무실이 있는 ‘디 차이트‘지 본사 6층으로 그를 방문하여 1시간여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의 아시아와 한국에 대한 관심과 통찰력은 예상을 넘어섰다. 그는 1950년대 말부터 한국을 방문했고, 한국 도자기에 대한 예찬과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일본자기보다 아름답다고도 했다. 그는 마오쩌둥을 만났던 유일한 독일총리이며, 덩샤오핑과는 4번을 만났는데 그를 마르크스주의 보다는 유교에 더 영향을 받은 지도자라고 회고하였다.

후쿠다 총리와도 교분이 있었고 히로시마 피폭 50주년 추모식에서 독일과 일본이 지난 전쟁시 저질러진 범죄가 재발되지 않도록 할 책임이 있다고 연설하였다.

작금의 한일관계에 대해서도 비교적 명확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대담후 내년에 한국 총영사관저로 초청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을 때 “그때는 살아 있지 않을 것”이라고 짤막하게 화답했다.

나도 그랬지만 그 자신도 그의 금년중 타계는 미처 생각지 못했으리라. 당시 그는 건강한 모습이었다.

1시간여 대화동안 4-5대의 담배를 피웠는데, 평소 그의 애연 습관이 공공건물에서 금연을 규정한 독일의 법규를 어떻게 피해 갔는지 궁금하다.

한 독일 언론인의 말대로 아마도 규칙을 지키진 않았지만 원칙을 지켰던 자유로운 지성 슈미트총리에 대한 독일사회의 마지막 애정의 발로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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