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아이클릭아트]
아주경제 송종호 기자= 금융위가 내년 1월부터 보험상품의 가격을 결정짓는 각종 규제들을 순차적으로 폐지하기로 하면서 보험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이번 조치로 인해 보험사가 자율적으로 보험료를 정할 수 있게 되면서 보험 시장이 무한경쟁 시대로 돌입했기 때문이다.
일부 보험사들은 각종 규제 폐지로 보험상품 가격의 획일성을 초래하는 요소들이 사라져, 소비자들의 선택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가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의 일환으로 보험상품의 표준이율, 공시이율 등을 폐지하면서 보험료 인상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손해율이 높은 상품에 대한 위험률 조정 한도도 사실상 폐지되면서, 실손의료보험 등의 보험료가 최대 30%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 규제폐지 중 하나로 보험료 산정에 적용되는 위험률 조정한도(현행±25%)가 사라지는데, 실손의료보험의 조정한도는 내년 ±30%, 2017년 ±35%로 확대한 뒤 2018년부터 조건부로 자율화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일괄적인 가격상승 우려가 있어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지만 손해율이 높은 상품인 만큼 내년 최대 30% 인상을 막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보험사들의 무한경쟁이 가능해지면서, 대형사와 중소형사간의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보험 가격 규제가 폐지되면 저렴한 보험료를 무기로 시장에서 상품 경쟁을 할 수 있는데, 대형 보험사들은 가격을 낮춰도 손해율을 감당할 수 있는 탄탄한 자금을 보유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형사들은 보험료 자율화에 대해 낙관적인 태도를 보인다. 다양한 가격대의 상품을 유도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혀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가격자율화로 무한경쟁의 시대에 돌입해 소비자 선택의 폭은 자연스레 넓어질 것”이라며 “양극화라기보다는 상품의 다양성을 유도하는 점을 봐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중소형사들은 가격자율화로 상품경쟁력에 대한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한 중소형사 관계자는 “가격자율화는 대형사를 제외하면 중소형사에게 유리한 점은 별로 없다”며 “자금에 여력이 있는 대형사들만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격을 내리면 그 손해율을 감수할 수 있는 대형사가 유리하다”며 “역으로 생각해서 가격을 올리더라도 마케팅이나 영업력에서 중소형사가 대형사를 쫓아가기에는 무리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가 당장 보험료 가격 인상이나 인하로 이어지기 보다는 정상화 단계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해식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보험료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라면서도 “이는 단순한 가격 인상이라기보다는 이전까지 못 받던 보험료를 받는 정상화 단계로 보장과 가격 사이에 괴리가 컸던 상품들이 주로 해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가격 인상에 대한 시행력은 대형사가 클 것이고 중소형사는 충분히 올리지는 못할 것”이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위치에 있다면 싼 가격에 내놓아야 한다라는 염려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