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 검지와 약지 손가락의 길이 차이가 큰 여성일수록 딸을 낳을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자녀의 성별 결정에서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가천대 길병원과 서울대병원 비뇨기과 공동연구팀은 비뇨기 질환으로 입원 치료를 받았던 60세 미만 508명(남 257명, 여 251명)을 대상으로 손가락 길이 차이와 자녀의 성비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이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11월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자녀의 성비를 전체 자녀 중 아들이 차지하는 비율로 정의했다. 아들과 딸을 각각 1명씩 낳은 여성의 경우 자녀의 성비는 2분의 1인 0.5가 되는 셈이다.
또 손가락 길이 비율은 검지 길이를 약지 길이로 나누는 방식으로 비율을 두번 측정한 뒤 평균값을 냈다.
그 결과 검지와 약지의 길이 차이가 클수록 딸의 수가 많아지는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반면 아들의 수와 자녀의 성비는 이들 손가락의 길이 비 차이와 음의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손가락 길이 비율 중간값인 0.95를 기준으로 했을 때 0.95 미만인 여성은 손가락 길이 비의 차이가 0.95 이상인 여성보다 아들을 가질 확률이 13.8% 더 높았다.
반대로 아들 없이 딸만 가질 확률을 보면 손가락 길이 비율이 0.95 이상인 여성이 0.95 미만인 여성의 약 2배에 달했다.
남성의 경우는 손가락 길이 차이와 자녀의 성비에 유의적인 상관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자녀의 성별이 X·Y 중 어떤 염색체를 가진 정자가 난자와 수정을 하느냐에 따라 무작위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는 기존의 증거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김태범 길병원 교수는 "여성의 손가락 길이 비율 차이가 체내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 수치와 상관성을 가지면서 성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특정한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자녀의 성 결정이 남성보다는 여성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한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교수는 2010년 세계 처음으로 손가락 길이 차이가 작을수록 전립선암 위험도가 높다는 논문을 영국 비뇨기과학회지에 발표한 데 이어 전립선비대증 약물치료, 전립선암의 악성도, 성인 폐기능, 고환 크기 등에도 손가락 길이 비율에 차이가 관련있다는 연구 결과를 잇달아 내놔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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