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서울 원-위안 직거래 시장이 내달 1일로 개설 1주년을 맞는 가운데 우려했던 것과 달리 연착륙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서울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통해 성사된 원-위안 직거래 시장은 1년 새 거래량이 3배나 증가하며 활발한 모습이다.
이는 두 나라가 서로 주요한 교역 파트너임에도 미국 달러화 위주로 결제시장이 돌아가는 걸 개선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원-위안 직거래 시장이 출범하기 전에는 원화를 위안화로 바꾸려면 한 단계를 더 거쳐야 했다. 주로 원화를 먼저 달러화로 바꾸고 달러화를 다시 홍콩 등에 있는 외환시장에서 위안화로 바꾸는 것이다.
그러나 원-위안 직거래 시장이 운영되면서 달러화 환전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돼 고객 입장에선 편익이 커졌다. 환전에 따른 번거로움과 수수료 부담을 모두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꼽힌다.
원-위안 직거래 시장 개설은 우리나라 수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수출 총액 중 대(對) 중국 수출 비중이 25.3%를 차지했는데 중국과 교역 규모도 전체의 4분1 수준인 2353억7000만 달러에 달했다. 원-위안 직거래 시장이 커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개설 첫 달인 작년 12월 8억8000만 달러(약 1조158억원)이던 원-위안 직거래시장 하루 평균 거래량은 지난달 26억4000만 달러(약 3조474억원)로 3배 규모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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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1년 만에 하루 평균 거래량이 80억 달러 안팎인 원-달러 시장의 20∼3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현재 원-위안 직거래시장 참여 기관은 국민, 신한, 우리, 기업, 산업, SC, KEB하나 등 국내 7곳과 중국 교통은행, 공상은행, 중국은행, JP모건체이스, 홍콩상하이은행(HSBC) 등 외국계 5곳이다.
원-위안 직거래 시장이 주목 받는 이유는 약 20년 전 일본과 함께 개설했던 원-엔 직거래 시장이 불과 4개월 만에 문을 닫은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96년 10월 개장한 원-엔 직거래 시장은 그해 4분기에 일평균 거래규모가 4억엔에 불과했다. 거래가 활발해지지 않자 결국 4개월 만에 문을 닫고 말았다.
내년에는 중국 상하이에도 원-위안 직거래 시장이 개설될 예정이어서 양국 통화 직거래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중국팀장은 “중국에서도 직거래 수요가 있었는데 상하이 시장이 생기면 원화 활용도가 높아져 경제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양쪽에서 직거래되면 거래량과 실수요가 모두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여전히 원-위안 직거래 시장에서 무역결제 수요 비중이 작고 은행 간 거래 비중이 큰 것은 풀어야 할 숙제로 지적되고 있다.
위안화에 대한 실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원-위안 직거래 시장이 성장하는 데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실제로 지난 3분기(7∼9월) 중국으로 수출한 우리 기업이 위안화로 대금을 받은 비중은 대중 수출 결제대금의 3.4% 수준이다. 애초 우리나라가 직거래 시장을 개설할 때 중장기 목표로 삼은 20%에 한참 모자라는 수치다.
위안화가 무역결제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않는 것은 대부분 기업이 달러화 결제에 익숙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발 금융 불안도 기업들이 위안화 직거래 시장에 쉽게 뛰어들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 연구위원은 “달러보다 위안화가 아직은 사용하는 데 편리한 돈이 아니라 기업들의 위안화 수요가 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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