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3일 영화 ‘도리화가’(감독 이종필·㈜영화사 담담 ㈜어바웃필름·제공 배급 CJ엔터테인먼트) 개봉을 앞두고 아주경제와 만난 수지는 자신을 똑 닮은 진채선 역에 대한 애정을 안고 있었다.
“‘건축학개론’ 이후 3년이나 지났네요. 사실 그동안 어떤 작품을 해야겠다는 마음이나 고민은 없었어요. 그런데 이 시나리오를 읽고 나니까 ‘정말 하고 싶다’,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아쉬운 점은 많지만, 후회는 없어요.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행복하게 촬영했고요. 무엇보다 그때 기억이 새록새록 나서 좋아요.”
‘도리화가’는 1867년 여자는 판소리를 할 수 없었던 시대, 운명을 거슬러 소리의 꿈을 꾸었던 조선 최초의 여류소리꾼 진채선과 그녀를 키워낸 스승 신재효(류승룡 분)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극 중 수지는 진채선 역을 맡아 열연했다.
금기를 깨는 자는 목숨이 위태로웠던 조선 말기의 최초 여류 소리꾼. 진채선은 존재만으로도 배우에게 ‘부담’일 수 있었다. 실제 인물이라는 것과 더불어 최초의 여류 소리꾼이라는 타이틀, 그리고 소리를 해야 한다는 무게감은 이제 갓 두 번째 영화를 작업하게 된 수지에게 특히나 묵직하게 느껴졌을 터였다.
“엄청나게 부담됐죠. 특히 조선 최초 여류 소리꾼이었으니까 소리가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도 성장 이야기니까 처음에는 미숙해도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될 거라고 여겼어요. 그런 열망이나 간절한 진심을 보여 주겠다 생각하고 조금씩 부담을 떨쳤죠.”
밤낮 없이 연습했다. 그는 틈만 나면 판소리를 흥얼거렸고 매일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해 문제점을 발견하려고 했다. 1년 가까이 창법과 호흡을 연구하다 보니 ‘울림’과 ‘소리’에 대해 깨닫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배운다는 마음으로 연습했어요. 아무래도 제가 가수다 보니 기존의 발성이나 습관이 남아있을 수 있잖아요. 하지만 다행히 판소리와 가요 창법이 판이해서 헷갈리거나 혼란스럽지는 않았어요. 다만 원래 부르던 창법이랑 달라서 처음에는 목도 많이 상하고 체력도 금방 소진됐죠. 신기한 건 연습하면 할수록 점점 좋아진다는 점이었어요. 리듬감부터 감정 표현까지 풍부해진 걸 느낄 수 있었어요.”
‘도리화가’는 판소리만큼이나 진채선이라는 인물의 성장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수지 역시 ‘성장’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했고 그만큼 자신의 내면에 대해 집중하려고 했다. 수지는 ‘도리화가’, 즉 진채선과 함께 성장한 셈이었다.
“진채선이라는 인물을 연구하면서 제 연예계 생활을 돌아볼 수 있었어요. 그가 느끼는 판소리에 대한 열망은 가수가 되고 싶은 제 어린 시절과 닮아있었거든요. 겪어본 감정이라 더 잘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늘 스스로 채찍질하는 편이에요. 후회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예전부터 (이런 인기가) 오르락내리락할 거로 생각해왔어요. 많은 분에게 사랑을 받고 있지만 이 또한 영원하지 않을 거라고요. 저에 대한 편견들 역시 마찬가지예요. 제가 계속 안고 가야 할 문제지만 대중들에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조금은 나아질 거로 생각해요. 단순하게, 열심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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