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다시 방문해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길을 배웅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김 전 대통령 영정이 영구차에 실려 국회의사당으로 출발하는 모습을 말없이 8분간 지켜보면서 애도를 표했다.
검은색 코트를 입은 박 대통령은 이병기 비서실장, 박흥렬 경호실장, 현기환 정무수석과 함께 발인 예배가 끝난 뒤인 오후 1시 5분께 빈소에 도착했다.
박 대통령은 곧바로 빈소 밖에 대기 중인 영구차 옆에 서서 두 손을 모은 채 김 전 대통령의 관이 도착하기를 기다렸고, 도열병이 관을 운구차에 싣는 모습을 지켜봤다.
박 대통령은 영정 사진이 가까이 다가오자 목례로 애도의 뜻을 나타냈고, 관을 실은 영구차의 트렁크가 닫히자 김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 등 유족들과 함께 영구차 앞으로 이동해 재차 고개 숙여 인사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이어 박 대통령은 두 손으로 현철씨 손을 잡고 "마지막 가시는 길에 다시 한번 명복을 빌고 영결식이 잘 진행되기를 바랍니다"라며 위로했고, 현철씨는 "몸도 불편하신데 와주시고, 많이 신경을 써 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답례했다.
또한, 박 대통령은 현철씨로부터 다른 유족을 소개받고서는 "애 많이 쓰셨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고, 유족들은 "편찮으신데도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영구차가 출발하기 시작하자 마지막으로 고인을 향해 목례했고, 영구차가 장례식장을 벗어나 국회 영결식장으로 향하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봤다.
박 대통령은 건강 문제로 영하권 날씨에다 야외에서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되는 국회 영결식에 참석하기 어렵게 되자, 대신 빈소에 들러 고인과 작별을 고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감기 증세에다 7박10일간 진행됐던 다자회의 해외순방 등에 따른 과로가 겹쳐 건강이 악화됐다.
청와대 참모진은 박 대통령이 영결식 참석을 원해 막판까지 영결식 참석을 고심했으나, 건강 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야외 활동 자제를 권유한 주치의의 의견을 받아들여 영결식에 불참하는 대신 빈소를 찾기로 결정했다.
김성우 홍보수석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주치의는 현재 박 대통령이 고열 등 감기 증상이 있는 상황에서 추운 날씨에 오랫동안 야외에 계시면 곧 있을 해외 순방 등에 차질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장기간 외부 공기의 노출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김 수석은 "그러나, 박 대통령은 최대한 예우를 표하기 위해 운구가 출발하기 직전에 빈소인 서울대병원을 다시 가서 김 전 대통령과 '영결'(죽은 사람과 영원히 헤어짐)하면서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들을 다시 한번 위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4일 귀국한 지 엿새 만인 29일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개막하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 등에 참석하기 위해 5박 7일간의 해외 순방길에 다시 오를 예정이다.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야당인 신민당 총재였던 김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발인제에 참석해 유가족을 위로하고 영정이 영결식장으로 떠나는 모습을 지켜본 바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