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 이탈리아 정부가 문화로 급진 수니파 무장 단체인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하겠다고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이탈리아 정부가 시리아 난민 아동을 대상으로 문화 프로그램을 확대해 이탈리아적 ‘문화 정체성’을 육성하는 방안을 꾀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지난 13일 발생한 파리 테러 뒤 이탈리아 총리 마테오 렌치는 새로운 법률안을 제출했다. 약 2조원에 이르는 예산을 배정해 IS의 테러 위협에 대응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번 법안에서 주목을 끄는 것은 난민 아동의 이탈리아 문화 체험 프로그램 확대에 약 1조원을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한 예로 이탈리아 정부는 18세 난민 청소년에게 500달러(약 57만원)를 지원해 콘서트, 박물관 등 다양한 문화 체험 기회를 제공하려 한다.
이탈리아 총리 마테오 렌치는 “파리 테러는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이곳에서 문화 전쟁이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IS가 고대 문화재를 파괴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테러를 생각하는 그들에게 우리는 문화로 답해야 한다”며 “그들은 조각을 파괴하지만 우리는 예술을 사랑한다”고 덧붙였다.
시리아 난민 중 대다수가 성인 남성이라는 편견과 달리 UNHCR 데이터에 따르면 시리아 난민 중 11세 이하 아동은 38.5%에 달한다. 따라서 이번 정책이 현실화된다면 수많은 난민 아동이 혜택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언론 크리스찬 사이언스 모니터는 이 법안이 문화 정체성 확립 뿐만 아니라 난민 아동의 심리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렌치 정부는 내년으로 예정돼 있던 법인세 감면을 2017년으로 미뤄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비용을 충당할 계획이다. 법인세 감면을 기다려왔던 기업들이 렌치 정부의 계획에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며 의회 통과는 어려울 것이라고 FT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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