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의회주의자’ 고(故)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26일 오후 2시 헌정 사상 첫 ‘국가장’으로 엄수된 영결식을 끝으로 마지막 국회 등원을 마쳤다. 향년 88세.
이날 오후 1시25분 빈소인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출발한 김 전 대통령의 운구차가 1시50분 국회의사당 영결식장에 진입하자, 좌중은 일제히 흐느끼거나 숙연한 모습으로 거산을 맞았다. 곧이어 휠체어에 몸을 실은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와 장남 은철씨, 차남 현철씨 등 유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영결식이 시작됐다.
김동건 전 KBS 아나운서의 사회로, 오후 2시 개식 선언에 이어 애국가와 묵념곡이 연주됐다. 집행위원장인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약력 보고를, 장례위원장인 황교안 국무총리가 조사를 낭독했다.
이어 생전에 고인이 가장 좋아한 노래 ‘청산에 살리라’를 바리톤 고성현 한양대 교수와 국립합창단·구리시립소년소녀합창단 등이 함께 부르며 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고 교수는 1993년 YS의 대통령 취임식 축가를 부른 인물로, 이날 그의 절절한 목소리는 특히 심금을 울렸다.
추모곡이 끝난 후 폐식을 알리는 조총 21발이 발사된 뒤, 영구차 출발과 함께 폐식이 선언됐다. ‘최연소 의원’ ‘9선 의원’ 기록을 가진 YS의 ‘마지막 등원’이 모두 끝난 것이다.
YS의 운구차는 최종 목적지인 국립서울현충원에 이르기 전, 46년간 보금자리였던 동작구 상도동 사저에서 10여분간 작별의 시간을 가진 뒤 인근 김영삼대통령기념도서관을 정차하지 않고 속도를 줄여 천천히 지나쳐갔다. 유족의 뜻에 따라 별도의 노제와 추모제는 열리지 않았다.
88년간 격동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견뎌낸 YS가 영면(永眠)에 든 자리는 국립서울현충원 장군 제3묘역 우측 능선으로, 영원한 정적이자 동지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불과 300m 떨어진 옆 자리다. ‘양김 시대’, 민주화의 두 거목은 죽어서도 나란히 함께 지내게 된 것이다. 현충원 안장식에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조문객 대표로 참석해 헌화 및 분향, 하관, 예배, 허토, 의장대 조총 발사 순으로 이뤄졌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운구차 출발 직전 오후 1시5분께 빈소인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다시 방문,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박 대통령은 영구차 출발 직전 두손으로 차남 현철씨의 손을 잡고 “마지막 가시는 길에 다시 한 번 명복을 빌고 영결식이 잘 진행되기를 바랍니다”라며 유족들을 위로했다. 박 대통령은 건강 문제로 이날 영하권 날씨에 야외에서 열리는 국회 영결식 참석이 힘들어져, 대신 빈소에 들러 고인과 작별을 고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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