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 영국 노동당 의원이 마오쩌둥의 어록을 인용해 중국과 대대적인 경제 협력에 나선 영국 정부를 비판했다. 가디언은 노동당 예비 내각 재무장관인 존 맥도널 의원이 이날 하원에 출석한 조지 오스본 재무 장관에게 마오 주석 어록을 집어 던졌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맥도널 의원은 “오스본 동지가 새로 사귄 동지(중국)와 잘 지내도록 돕고자 마오 어록을 가져왔다”며 일부 구절을 읽어 내려갔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하원 의원들은 웃음을 터뜨렸지만 맥도널 의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마오의 글을 읽어 내려갔다.
그는 “마오에 따르면 우리는 경제를 위해 누구든 상관없이 그 방법을 아는 사람을 스승으로 삼아 존경하고 성실하게 배워야 한다"며 "우리가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지 말자”고 오스본 장관에게 조언했다. 이어 “이 글이 오스본 장관의 새로운 관계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서 맥도널 의원은 마오 어록을 맞은 편에 앉은 오스본 장관을 향해 던졌다. 어록을 집어든 오스본 장관은 책을 펼쳐 본 뒤 “개인 소장본이네요"라며 농담으로 받아쳤다.
맥도널 의원의 돌발 행동은 최근 '황금 시대'를 연 영국 정부와 중국 정부의 관계를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지난 10월 영국과 중국은 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400억파운드(약 70조원)에 달하는 무역 투자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양국 간 이뤄진 투자 중 역사상 가장 높은 액수다. 또 협력 분야도 에너지, 관광, 부동산, 금융 등 약 150개에 이를 정도로 방대하다.
중국과 영국의 관계 개선이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중국이 영국 경제를 잠식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최근 들어 중국 부호들이 영국 부동산에 몰려 들며 중국인이 영국 마천루를 지배한다는 우스갯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정상회담 때, 중국의 투자를 유치하려고 영국이 아첨 외교를 펼친다는 비판이 많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반면 중국에서는 맥도널 의원의 돌발 행동이 우습다는 반응이 많았다. 신화 통신사가 이를 보도한 직후 1200명 이상이 해당 기사를 팔로잉했다. 중국 누리꾼의 댓글 중에는 “마오의 어록이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마오의 좌파 이데올로기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는 글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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