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미국에서 보는 ‘헬조선’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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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29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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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맹목적 ‘탈출’이 ‘헬미국’ 될 것 우려

아주경제 박요셉 기자 = 인터넷 등 기술의 발달 덕분에 한국을 떠나 외국에 사는 한인들도 매일 실시간으로 한국 소식을 접하며 함께 모이면 이에 대한 생각들을 나눈다. 최근에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광화문 시위 논란 등 최근 다양한 이슈가 있지만 외국에 사는 한인들로서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회자된다는 ‘헬조선’이라는 말이다.

한국이 지옥에 가깝고 전혀 희망이 없는 사회라는 의미를 담은 ‘헬조선’, 그리고 최근 많이 얘기하는 이른바 ‘금수저, 흙수저’ 논란 속 한국 청년 중에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면서 외국에서 받을 차별에도 불구하고 이민을 준비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이유야 제각기 다르겠지만 먼저 미국에 이민와 살고 있는 입장에서는 이같은 현상에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현재 한국이 ‘헬조선’이며 그곳을 떠나는 것만이 살길이라는 사람들의 주장에 대해 미국에 사는 한인들의 반응은 상반된다. ‘헬조선’까지는 몰라도 자신도 한국이 싫어 떠났다며 상당 부분 공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뭔 배부르고 철없는 소리”냐며 어이없어 하는 사람들도 있다.

비교적 이민 기간이 짧은 편에 젊은 층이 많은 이들은 ‘헬조선’에 공감하며 이렇게 말한다. “땅콩회항 사건의 조현아처럼 금수저 물고 태어난 사람과 나처럼 흙수저 물고 태어난 사람은 처음 출발부터 모든게 다르다. 나 자신 뿐 아니라 자식들까지 흙수저로 살아야 하는 한국을 떠나 미국에 오기를 정말 잘했다”

비정상적인 한국사회에서 살 수 없다며 미국으로 이민을 오는 이들 중 상당수가 “내 아이에게 답답한 미래를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것을 위해 자신이 한국에서 하던 일보다 상당히 모자르는 수준의 일자리와 대우 등을 기꺼이 감수하기도 한다.

반면 ‘헬조선’이 하나의 일반명사화하며 한국사회를 주름잡고 있지만 그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한인들의 목소리 또한 높다.

1970년대 초 미국에 이민 온 메릴랜드 거주 70대 한인은 한국의 ‘헬조선’ 열풍을 전해 듣고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헬조선 탈출 위해 이민 간다고? 이민와서 정착하고 성공한 사람들이 얼마나 피눈물을 흘렸는지 알기나 하는지?”

오래 전부터 한국에서는 해외이민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민가서 죽을 고생할 각오면 한국에서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고 얘기들 해왔다. 대부분 이 충고를 무시하고 이민을 결정하지만 이는 ‘헬조선’ 탈출을 꿈꾸는 모든 이들이 반드시 새겨야 할 말이라는 것에 대부분 한인 이민자들이 공감한다.

호주에서 살았던 경험으로 소설집 '캥거루가 있는 사막'을 쓴 소설가 해이수씨는 “내 작품 속 이민자들은 유학비 마련을 위해 막힌 변기를 손으로 뚫는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았지만 임금을 떼였고, 직장 없이 떠돌다 아내와 헤어진 뒤 절도범으로 전락했다. 구원의 빛을 찾아 '헬조선'을 떠났는데 '헬호주'라는 또 다른 지옥을 만난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이 전혀 희망 없는 ‘핼조선’으로만 여겨지는 사람에게 미국이라는 곳은 절대로 ‘헤븐미국’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이곳의 한인들은 잘 알고 있다. 이들은 미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아니 이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헬미국’이란 말을 수없이 내뱉게 된다는 것을 이미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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