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이쯤 되면 점입가경이다. 야권발(發) 정계개편을 둘러싼 내홍이 극에 달하고 있다. 야권발 빅뱅이 고(故) 김영삼(YS)·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유훈처럼 '통합'으로 귀결할지, 아니면 '야권 분열의 잔혹사'로 이어질지는 예단할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밀리는 쪽은 치명상이 불가피하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야권발 정계개편의 삼각 축인 '문·안·천(문재인·안철수·천정배)'이 처한 제로섬 게임의 현실이다.
◆ 진퇴양난 文 '시간벌기' vs 역공 安 '파상공세'
첫 번째 관전 포인트는 '당의 원심력'이 어디까지 확장되느냐다. 공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쥐고 있다. '혁신 전당대회(전대)'를 주장한 안철수 새정치연합 전 공동대표의 역공으로 벼랑 끝으로 내몰린 문 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위원회의 혁신안조차 거부하면서 혁신을 말하는 것은 혁신의 진정성을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문 대표 앞에 있는 시나리오인 △안 전 대표의 혁신 전대 수용 △대표직 사퇴 후 전대 불출마 △혁신안 고수 가운데, 일단 세 번째 안에 무게를 뒀다. 당 주류인 친노(친노무현)그룹은 안 전 대표의 혁신 전대가 그간 비노(비노무현)그룹이 요구한 문 대표 사퇴와 맥을 같이한다고 판단, 일단 '시간벌기'를 통한 여론수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특히 문 대표는 이날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출 시행세칙' 제정 태스크포스 구성 결의안 등을 처리하면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또한 호남의 김성곤 의원(4선·여수갑)은 같은 날 "저부터 내려놓겠다"며 호남 물갈이론에 물꼬를 텄다. 문 대표로서는 여론전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된 셈이다.
하지만 문 대표가 버티기로 일관할 경우 비노그룹의 사퇴 요구를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다. 안철수 새정치연합 전 대표는 이날 '호남의 심장' 광주에서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이 개최한 혁신토론회에서 자신이 제안한 '혁신 전당대회(전대)'에 대해 "우리에게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며 사실상 탈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 지도체제에 역공을 편 안 전 대표가 광주에서 문 대표 압박작전에 나선 셈이다. 같은 당 주승용 최고위원도 문 대표를 향해 "사퇴 거부 시 추가 탈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 千 '통합이냐, 독자냐'… '설날 민심' 변수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천정배 신당'의 행보다. 독자적 신당 창당에 나선 천정배 무소속 의원은 이날 안 전 대표를 향해 "신당 합류를 기대한다"고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냈다. 문 대표와 안 전 대표가 치킨게임을 벌이는 사이, 야권 갈라치기에 나서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여기에는 '뉴 DJ' 영입에 난항을 겪고 있는 천 의원이 안 전 대표와 호남그룹 중 일부를 영입, 새정치연합과는 차별화된 중도층 포섭 정당으로 거듭나려는 계획이 깔려 있다. '창당 명분'(차별화된 정당)과 '인물 구심점'(안철수)을 동시에 획득할 수 있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안 전 대표의 탈당이 현실화된다면, '손·안·박(손학규·안철수·박지원)' 연대의 물꼬도 트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이 지점이 야권발 정계개편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 관전 포인트는 야권발 정계개편의 마무리 시점이다. 20대 총선의 '리트머스 시험지'인 설 연휴는 내년 2월 둘째 주다. 천정배 신당 등 야권통합 신당작업도 내년 1월에 마무리된다.
안 전 대표가 제안한 혁신 전대가 열린다면, 1월 초·중순이 가장 유력하다. 2012년 총선 직전 '한명숙 체제'도 1·15 전대에서 출범했다. 적어도 야권 내홍이 내년 1월까지는 계속된다는 얘기다. 첫 번째 고비는 이르면 주중 발표하는 문 대표의 혁신 전대 수용 여부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수용 범위의 차이만 있을 뿐, 문 대표가 안 전 대표의 제안을 어느 정도 수용하는 선에서 갈 가능성이 크다"며 "2012년 대선 학습효과와 문재인호의 경쟁력 확보 미흡이 맞물린 상황이다. 안 전 대표 등의 탈당으로 당이 분열하면 새정치연합의 총선 결과는 필패"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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