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정부가 내년부터 자치단체에서 사전 논의를 거치지 않고 복지제도를 새로 만들거나 변경할 땐 지원금을 대폭 삭감하는 등 페널티를 준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이 발표해 여러 부처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일명 '청년수당'에 대한 공식적인 견제 수단을 갖춘 것이란 분석이다.
1일 각계 상황을 종합하면, 행정환경 변화로 늘어나는 사회복지수요를 지방교부세 산정에 반영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올해 5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도마에 오른 지방재정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된 이번 개정안은 부동산교부세 배분기준 중 사회복지 비중을 현행 25%에서 35% 수준으로 확대한다.
또 지방교부세 감액 범위를 넓히는데 구체적으로 △지방재정법상 출자 또는 출연 제한 규정과 지방보조금 관련 규정을 위반한 때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에 위반해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집행잔액 미반납 등 경우가 해당된다.
문제는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 시 협의나 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거나 그 결과를 따르지 않는 법령 위반으로 지나치게 많은 경비 지출에 따른 지원금이 삭감될 수 있단 항목이다.
서울시는 지난 11월 정기적인 소득이 없는 미취업자이면서 사회활동 의지가 큰 청년 3000명에게 최장 6개월간 교통비, 식비 등 최소 수준의 활동 보조비용으로 한 달 50만원을 청년활동지원비로 지급한다는 계획을 알렸다.
그러자 즉각 보건복지부가 사전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본격적으로 제동을 걸었고 곧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포퓰리즘적 복지'라 규정했다.
이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궁극적으로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하며, 정부 협의 대상도 아니라고 반박해 중앙정부와 서울시간 첨예하게 맞섰다.
정부와 자치단체의 갈등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까지 나서며 정쟁으로 번졌다. 서울시는 내년도 관련 예산을 90억원으로 책정하고, 서울시의회 새정치연합 소속 시의원 42명이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청년 기본 조례 개정안을 앞서 제출했다.
하지만 지방교부세법을 통해 서울시 청년수당이 사회보장기본법 위반에 해당될 소지가 커졌다. 다만 서울시는 재정여건이 좋아 보통교부세 감액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교부세의 약 90%(올해 기준)에 해당하는 보통교부세를 정부로부터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국무회의에 배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발언권을 얻어 정부의 시행령 개정안 처리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역시 입장자료를 내고 "지방교부세를 수단으로 해서 지방의 지역복지사업 전반을 중앙에서 승인토록 규정해 이는 모법인 '지방교부세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면서 "풀뿌리 민주주의와 지방경쟁력의 싹을 자르는 행위에 대해 중앙정부에서도 전향적 입장을 취해주길 바란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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