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올해도 어김없이 재연됐다. 여야 합의는 번번이 뒤집혔다. 여야 간 '2+2', '3+3', '4+4' 회동에서 느닷없는 법안 '끼워팔기'로 각 상임위원회 법안 심사는 헛바퀴만 돌았다. 법안의 '합의 파기→보이콧→끼워넣기·빅딜→부실심사' 등의 해묵은 정치행태가 도돌이표처럼 이어졌다. 여야의 '법안 알박기'로 국회 운영의 기본원칙인 '상임위 중심주의'가 완전히 무너진 셈이다.
◆ 與野 상임위 공전한 채 '담판' 시도
상임위 중심주의를 무력화한 각 당의 행태는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12월 2일)을 하루 앞둔 1일에도 재연됐다. 야당의 중점 법안인 이른바 '남양유업 방지법'(대리점 거래공정화법 제정안)과 올해 일몰을 앞둔 '기업구조조정 촉진법'(기촉법) 처리의 주관 상임위인 국회 정무위는 이날 오전까지 '네 탓' 공방 속에서 공회전을 거듭했다.
앞서 정무위 소속 여야 위원들은 '남양유업 방지법'과 '기촉법' 등에 의견 접근을 이뤘다. 하지만 여야 원내대표 협상과정에서 막판 뒤집힌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한국거래소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처리 변수, 고(故)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서거 정국 등도 법안 처리 지연에 한몫 했다.
정무위 여당 간사인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법안 지연 이유에 대해 "여야 원내 지도부 회담의 결렬 때문"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도 "통상적으로 원내대표 회담은 예산과 자유무역협정(FTA) 핵심 이슈와 연관성을 지닌다"고 밝혔다. 정무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최종 본회의 처리 여부는 예단할 수 없다"고 전했다.
◆ 잦은 영수증 내밀기, '파행·부실심사' 필연
여야의 느닷없는 '영수증 내밀기'는 한·중 FTA 국회 비준 과정에서도 나타났다.
새정치연합은 한·중 FTA 국회 비준 협상에서 '남양유업 방지법'을 비롯해 △전·월세 상한제(주택임대차 보호법) △누리과정 예산 정부 지원 △청년고용특별법 둥 4개의 중점법안을 내밀었다. 새누리당도 정부의 경제활성화 법인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이른바 원샷법) 등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
그간 서로 줄기차게 반대하던 '경제활성화'와 '경제민주화' 법안의 빅딜을 시도한 것이다. 즉각 여야 협상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하지만 접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결국 국회는 법안 처리 '0'건이라는 오명을 떠안았다. 게다가 새누리당은 이날 경제활성화 법안과 예산안, 노동개혁 5법 등을 연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새정치연합은 "'법안·예산의 무연계' 약속을 위배했다"며 법안 심사의 잠정중단을 선언했다. 법안 처리 등이 복잡한 셈법으로 격상한 것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때는 국민연금법 및 국회법 개정안,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 당시에는 법인세 인상, 결산 처리 땐 특수활동비 등이 '끼워팔기' 대상이었다. 상임위는 물론 정책의 무력화를 꾀했다는 지적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 것이다. 여야 모두 한 방에 해결하는 이른바 '일괄타결' 유혹에서 벗어나 상임위 중심주의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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