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모석봉 기자 =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책사로 알려진 왕후닝 푸단대 교수와 사제지간으로 알려진 곽덕환 교수는 "중국 신실크로드 전략과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등 정책으로 한국에겐 더 없는 기회이고 한국 국민들은 미국 주도의 사고에서 벗어나 중국과 좀 더 가까워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면서 중국과의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다.
이제 중국은 명실상부한 G2국가로 우뚝 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세계를 주도하려하고 있다.
중국은 중국 중서부, 중앙아시아, 유럽을 경제권역으로 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경제 실크로드를 추진해 아시아경제 공동체를 건설하자는 구상과 이에 따른 자본을 뒷받침하기 위해 AIIB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거대한 이 프로젝트는 중국 푸단(復旦)대 국제정치학 교수 출신인 왕후닝 중국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중국과 중국권력을 움직이고 있다고 해서 일명 시진핑의 ‘정책책사’라 불리고 있다.
왕후닝으로부터 20년 전 국제정치학을 배운 한국인 제자가 있다. 현재 한남대에서 중국학 등을 가르치고 있는 곽덕환 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중파(知中派) 중국전문가로 알려진 곽덕환 한남대 교수를 교수 연구실에서 만났다.
▲지난번 지뢰도발로 북한과 극심한 대치 국면에서 중국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사태는 중국의 9월 3일 전승절 기념일이 임박해 있던 관계로 중국은 이 시점에서 남북한이 작은 분쟁이라도 있을 경우 중국이 추진하는 큰 행사에 도움이 안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래서 북한의 자제를 요청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전반적으로,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거의 절대적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중국은 북한의 군사적인 배후세력이 될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북한이 필요한 물자에 거의 80%를 공급해주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함부로 북한을 다룰 수 없는 이유는 만약에 북한이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러시아에 기울거나 특히,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통해서 미국의 세력이 북한 지역에 도입된다면 그것은 중국에게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시진핑 주석 초청으로 이번 중국 전승절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했다. 어떻게 평가 하는가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중국방문은 이제까지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따랐던 한국 외교가 중국의 등장으로 인해 변화하고 있는 새로운 동북아 국제 질서 형성에서 한국이 스스로의 생존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자주적으로 대응한 구체적인 외교적 시도였다라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한반도 지역에서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에서 북한보다 외교적으로 더욱 중시되었다는 것은 매우 중대한 외교적 성과를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미국은 내심 유쾌하지는 않았을 것이지만 한국의 이러한 외교적 변화 태도를 종국적으로 수용할 수 밖에 없다는 국제 정치의 변화 현실을 새롭게 인식했을 것이다.
또한, 북한은 전통적 우방국이었던 중국이 자신들 보다 한국을 더 중시하는 태도에 실망했겠지만 그것이 오늘날 중국 지도부의 생각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다시 한번 깨달았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중국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과거 중국은 우리와 전쟁을 치렀던 적대국이었다. 그런 관계로, 오랫동안 적성국으로 취급됐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한국의 최대의 수출국이 됐고, 통일 한국을 이루는 데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가 됐다.
한국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사실상 경제의 급격한 하락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원인은 제조업 경쟁력 상실과 국내적으로 소득 분배면에서의 실패라 할 수 있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본다면 이러한 현실에 대한 인식 부족이지만 개혁 할 수 없는 정치적 구조에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의 경제적 전망에 대해 낙관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장기적으로 우리가 중국 내수시장에 진출 할 것이고, 북한의 저렴한 비용을 이용해, 다시 제조업을 살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소한 중국을 경제적으로는 다른 국가로 보기 보다는 우리의 또다른 수출과 내수시장으로 생각하며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 현재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국가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도 이러한 전략을 십분 이용해, 참여할 수 있다면, 또다른 성장의 활력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시 말해서 한국에게 또다른 대륙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며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남북한이 최소한 경제적으로 통합된다면 남북통일에도 도움을 될 것이다.
▲중국의 급부상으로 한국은 미중관계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하는가
우리는 지금당장 미국이냐 중국이냐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 기존 우방인 미국과 관계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신흥국인 중국과 관계도 강화해 나가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면 된다.
최소한 군사적인 면에서 북한이나 중국과의 우발적인 충돌이나 안보위협을 해소해 나가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유대 강화는 필수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경제적인 기회는 우리가 적극 활용해야 한다.
중국은 경제적으로 각 지역 간의 소득격차 발전격차가 매우 커서 중국 자체 내부적만으로도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 중국의 주변 국가와의 경제 교류 확대를 통해서 경제 성장을 유도하고 있는데 이러한 기회는 동시에 우리 한국에도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근본적으로 중국은 현재 자기들의 부상에 만족하지 않고,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하기 때문에 주변 국가와의 관계에서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우리 한국도 이러한 중국의 경향을 이용해야 하며, 북한도 역시 이러한 중국의 발전 방향과 경향에 합류토록 우리 한국이 유도해야 된다고 본다.
▲중국은 신실크로드 및 AIIB 등 정책으로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 한국에겐 위기인가 기회인가
중국의 신실크로드 전략은 당연히 우리에겐 큰 기회다.
과거 한국은 주로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서방국가들과의 교류를 통해서 국가 발전을 기해왔다면, 이제는 중국과 그 주변 대륙국가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우리도 새로운 발전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방중심주의 사고를 전환시켜야 하며, 북한과의 문제를 항상 적대적으로 바라보는 그런 시각에서 이제는 공존 공영할 수 있는 대상으로 바라보는 식으로 전환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본다.
▲시진핑 경제 정책을 디자인한 경제책사 왕후닝과는 어떤 관계인가, 중국 핵심 고위층과 상당한 인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왕후닝 푸단대 교수와는 사제지간이다. 그분과의 수업을 들으며 중국을 볼 수 있었다.
1994년부터 2000년까지 중국 상하이에 있는 푸단대(復旦大)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위해 책과 씨름했다. 그 당시에 알고 지내던 중국 교수들과 원우 학생들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중국 푸단대 출신들이 중국 정부나 공산당 내에 중요한 요직에 있다. 다른 나라도 그렇지만 중국인들은 사람과의 관계를 매우 중시하는 민족이다.
왕후닝 교수도 마찮가지로 그의 지인과 제자들이 중국 정부의 중요 경제 부서에 입문해 있다. 중국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으며 국가 전략을 세우는데 중요한 위치에 있다. 이들이 중국과 중국경제를 주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앞으로 한국정부가 대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이끌어야 하나
지금까지는 중국정부와 외교국방 등의 관계가 중요시 됐지만 앞으로는 경제 사회 문화 예술 등 모든 분야에서 교류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국민들이 보고 있는 중국에 대한 이해도는 그리 깊지 않다. 때로는 부정적인 면도 없지 않다.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과거 미국패권주의 사고방식에서 빨리 벗어나야 할 것이다.
이런 인식이 팽배해 있는 한, 건전한 대중국 관계를 유지하기가 어려우며, 한국의 중국에 대한 올바른 관계 형성과 설계에 방해가 된다.
▲중국유학생들 사이에 교수님의 인기가 높다. 관심을 특별히 두는 이유가 있나
어떤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대만에서 5년간 유학했고, 중국 상해에서 8년 유학한 경험이 있다. 힘든 중국 유학생활 당시 도움을 중국인들로부터 많이 받았다. 그래서 인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정서와 생각을 비교적 그들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하고 있다. 사람은 모두가 같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도와줄 때에 마음문을 여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들이 앞으로 중국과 한국을 이끌 주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충남대 군사관련학과 등에도 중국유학생들이 적지 않다. 이들의 논문지도도 틈이 나면 도와주고 있다. 중국에 돌아가 공무원이 됐다는 소식을 듣고 보람을 느낀다.
한남대에도 중국학생이 200여명이 있는 것으로 안다. 내가 젊은 시절 중국에 많은 신세를 졌다. 이제 내가 사랑의 빚을 갚을 차례라고 생각한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그의 책상위에는 '중국을 통해 북한을 본다',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미중관계 2025', '한손에 잡히는 중국' 등 중국관련 서적이 눈에 들어왔다. 중국 북한 미국 남북통일의 단어들이 갑자기 떠올랐다. 그의 최근 관심사가 무엇인지 엿볼 수 있었다.
한편 곽 교수는 부인과 슬하에 두 아들이 있으며 두 아들 모두 현재 중국에서 각각 중국대학과 현지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다.
곽덕환 교수(60)는 한국외국어대 중국학과(76학번)를 졸업하고 중국 푸단대에서 국제정치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최근 ‘중국의 부상과 중미관계 변화’, ‘중국의 대북한외교관계변화연구’, ‘중미관계변화와 한반도평화’ 등의 논문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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