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신동빈 회장이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게 됐다. 아군 확보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호텔롯데 상장 과정에서 최대 걸림돌로 여겨지던 '보호예수' 조항도 완화되면서 신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롯데그룹 개혁' 역시 탄력을 받게 됐다.
3일 한국롯데와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일본롯데홀딩스의 약 60%에 해당하는 주주들이 지난달 26일 신 회장의 모든 경영활동에 절대적인 지지를 표명한다는 확인서를 한국롯데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종업원 지주회, 임원 지주회, 관계사 등 롯데홀딩스 주주들이 기명 날인한 해당 확인서에서 "(자신들은) 롯데홀딩스의 주주로서 호텔롯데의 한국거래소 상장을 포함한 신동빈 회장의 일체의 의사결정에 대해 전적으로 지지할 것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아직 원본은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주주들이 지지 확인서를 보내 배경과 관련해 롯데그룹 측은 "경영권과 관련한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을 확실히 종식시키고 신동빈 회장이 그룹의 각종 현안을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다"고 해석했다.
지난 10월 14일 일본 현지에서 광윤사 주주총회와 이사회 개최 당시 신 전 부회장 측이 언론에 공개한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구조 자료에 의하면 호텔롯데 지분은 롯데홀딩스와 롯데홀딩스가 100% 지분을 보유한 L 투자회사가 각각 19.1%와 72.7% 등 91.8%를 가지고 있다. 광윤사도 5.5%를 소유하고 있어 총 97.3%가 이들 두 개법인에 있다.
호텔롯데를 지배하고 있는 롯데홀딩스 지분은 신 전 부회장이 장악한 광윤사가 28.1%로 가장 많다. 때문에 가장 변수가 떠오른 것이 각각 27.8%와 6%의 지분을 가진 종업원 지주회와 임원 지주회의 향방이었다.
특히 종업원 지주회와 관련해 신 회장은 자신의 우호지분으로 해석하는 반면 신 전 부회장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확인서로 이런 신 회장의 염려는 사실상 해소됐다.
지난 8월 17일 도쿄에서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신 회장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경영을 추진하길 원했던 일본 주주 및 임직원들의 신뢰가 이번 확인서를 통해 거듭 확인됨에 따라, 경영투명성 제고 등 롯데의 주요 개혁과제 추진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아울러 한국거래소는 지난 2일 의무 보호예수 예외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아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시행세칙’을 개정, 경영 안정성, 투자자 보호에 문제가 없을 경우 지분이 5% 이상인 특수관계인이라도 동의 받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호텔롯데가 상장하려면 기존에는 호텔롯데 지분 5.45%를 보유한 광윤사 지분 51%를 가지고 있는 신 전 부회장의 보호예수 동의가 필요했지만 이제는 필요 없게 됐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거래소 상장 심사의 핵심 요인 중 하나인 지배 구조 안정성 확보를 위해 한국 롯데그룹 측에 신 회장에 대한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의 지지를 입증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롯데그룹 측은 롯데홀딩스 주주들의 지지 의사 확인서가 도착한 이날 바로 거래소에 해당 확인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지배 구조 개선 및 경영투명성 제고 등 롯데의 주요 개혁과제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특히 현재 호텔롯데, 롯데정보통신의 상장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코리아세븐 등 다른 비상장계열사에 대한 상장도 추가로 검토할 예정"이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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