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종호 기자 = #. 경기도 남양주에 거주하는 차모(51)씨는 얼마 전 동탄2신도시 소재 아파트 분양권을 매입하기 위해 한 공인중개업소에서 계약서를 작성하다 화들짝 놀랐다. 계약금액과 내용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분양권 판매자를 소개해준 중개업자의 이름이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중개업자에게 이유를 묻자 ‘정식 중개업자는 아니지만, 다 방법이 있으니 문제가 없다’며 차씨를 안심시켰으나, 불안했던 그는 결국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않았다.
최근 부동산시장 회복세에 신규 분양과 기존 주택, 토지거래가 모두 활발해지면서 무자격·무등록 중개업소(자)들의 불법 행위가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분양물량이 많거나 주택거래가 집중된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중개업법 위반 행위가 활개를 치고 있어 소비자의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6일 국토교통부와 지자체 등에 따르면 올 3분기(7~9월) 전국에서 △무등록 중개업 △자격증 양도·대여 △등록증 양도·대여 △공인중개사 유사명칭 사용 등으로 적발, 고발된 사례는 총 7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분기(47건)와 2분기(53건)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지역별로는 경기에서의 중개업 불법 행위 적발이 33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서울(11건)과 부산(8건), 경남(6건) 등도 높은 적발 건수를 기록했다.
이처럼 최근 들어 중개업 관련 불법 행위가 급증한 것은 올해 신규 아파트 분양물량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데다, 기존 주택거래 역시 전세난에 따라 매매전환이 활발해 중개업자들의 일감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 공급되는 신규 아파트는 총 49만1594가구로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00년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 해 분양물량이 40만가구를 넘어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분양물량이 급증함에 따라 올해 현재(1~11월)까지 누적 집계된 서울 아파트 분양권 및 입주권거래도 총 6903건으로 2007년 조사 이래 최대치를 새로 썼다.
이와 함께 주택 매매거래 역시 올 10월까지 전국에서 총 100만8000여건이 이뤄져, 지난 한 해의 거래량(100만5000여건)을 이미 넘어섰다.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들어 분양물량이 급증하면서 분양권 거래가 활발하고, 매매전환에 따른 기존 주택거래량도 늘어 무자격·무등록 중개업소의 불법 행위도 상승세”라며 “특히 분양권의 경우 매매거래나 전세거래보다 계약이 쉽게 이뤄지면서도 금액이 크기 때문에 불법 행위 대상이 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무자격·무등록 중개업소의 불법 행위에 대한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라는 점이다. 무자격·무등록 중개업소를 통해 거래한 경우, 향후 분쟁 발생 시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 어렵고 한국공인중개협회 등을 통한 공제(보험)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공제란 부동산거래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을 위해 중개업소에서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일종의 보험으로, 중개사고가 발생할 시 중개업자를 대신해 공제사업자가 우선 피해액을 배상하는 제도다. 공제기간 중 발생한 중개사고에 대해 중개계약 건수, 손해액과 관계없이 최대 가입금액(개인 1억원 이상, 법인 2억원 이상)까지 보상받을 수 있지만, 무자격·무등록 중개업소는 공제 가입이 불가능하다.
실제 최근 토지매매가 활발한 제주에서는 무등록 중개업소들이 토지를 분할 판매한다고 속이고 투자자들에게 시세보다 턱없이 낮은 가격에 허위 매물을 팔아 소유권 이전 등기 조차 할 수 없게 된 피해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
공인중개협회 관계자는 “공제에 가입되지 않은 공인중개업소나 무자격·무등록 중개업소를 통해 부동산을 거래하다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는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받기 어렵다”면서 “해당 중개업소의 공제 가입 여부와 중개업자가 대표자로 등록되어 있는 지, 중개업자의 가족이나 지인, 중개보조원 대리중개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지자체별로 무자격·무등록 중개업소에 대한 단속을 하고 있으나, 최근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과 온라인 인터넷 카페, 생활정보지 등으로 불법 행위가 확대돼 적발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중개업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현행(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보다 강화하고 법 개정을 통한 실효성 있는 단속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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