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신 서울대 교수, 8000만광년 떨어진 초신성 새로운 폭발 원리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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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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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에 사용된 제1a형 초신성 SN 2015F가 나타난 NGC 2442 은하의 모습. NGC 2442는 약 8000만 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나선은하이며 지구 남반구에서만 관측이 가능하다. 그림에서 노란색 박스로 표시된 부분에서 초신성 폭발이 있어났다. [사진=미래부 제공]


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지구로부터 8000만광년 떨어진 '제1a형 초신'의 폭발 장면을 포착했다. 이로써 초신성이 기존 가설과 달리 "백색왜성과 보통별의 상호작용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설의 관측 증거를 세계최초로 제시했다.

초신성(supernova)은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 이른 별이 폭발하면서 그 밝기가 평소의 수억 배에 이른 별을 말한다. 마치 새로운 별이 생겼다가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초신성이라고 하며 쌍으로 이루어진 별 중 하나가 나머지 다른 별의 물질을 받아들여 폭발할 때 제1a형 초신성이라고 한다. 최근 노벨상을 받은 ‘우주의 가속팽창을 밝히는 연구’에 사용되는 등 현대 천문학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천체현상이다. 

학계에서는 제1a형 초신성이 백색왜성(용어설명 참고)이 쌍으로 존재하는 적색거성(용어설명 참고)의 물질을 급격히 흡수하면서 일어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다른 방식의 폭발 가능성도 제시돼 지난 수십 년 간 논란거리였다.

제1a형 초신성의 폭발 메커니즘은 폭발 순간에 일어나는 섬광현상을 이용해 확인할 수 있다. 섬광은 초신성 폭발 시 발생하는 충격파가 함께 있는 별(동반성)과 충돌하면서 빛을 내는 현상으로, 동반성의 크기가 클수록 더 밝다. 적색거성과 백색왜성으로 이루어진 초신성 폭발의 섬광은 태양과 같은 보통별-백색왜성 초신성의 폭발보다 수십 배 이상 더 밝다. 이러한 섬광현상은 짧게는 수 시간에서 길게는 수 일 밖에 지속되지 않기 때문에 포착하기가 매우 어렵다.
 

SN 2015F 초신성 폭발의 모습. (왼쪽 첫 번째)사진에 화살표로 표시된 부분을 보면, 지난 3월 7일 아무 천체가 없던 자리에서 (왼쪽 두번째)3월8일 초신성이 나타난 것을 볼 수 있다. (왼쪽 세번째, 네번째)이후 3월 9일과 3월 10일 이미지에서 이 초신성이 점점도 밝아지는 모습이 보인다. 이렇게 초신성 폭발하는 모습을 하루 빈도로 촬영하는 데 성공한 예는 세계적으로 아직 몇 되지 않는다. [사진=미래부 제공]


임명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연구팀은 세계 각지에 있는 망원경을 이용해 가까운 은하 수십 개에 대해 매일 수차례 씩 모니터링 탐사관측을 수행했다. 연구팀은 지난 3월 8일 호주에 설치된 이상각 망원경(용어설명 참고)을 이용해 지구로부터 8000만 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은하(NGC 2442)에서 제1a형 초신성(SN 2015F)의 폭발의 순간과 섬광현상의 포착에 성공했다. 이 섬광의 밝기를 통해 폭발한 백색왜성의 동반성 크기가 태양과 비슷한 보통별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제1a형초신성 SN 2015F의 폭발이 백색왜성-적색거성이 아니라 백색왜성과 태양 크기의 주계열성(보통별·용어설명 참고)의 상호작용에 기인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러한 사실을 관측하여 확인한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이다. 이러한 연구를 계속하여 제1a형 초신성 폭발메커니즘을 확실히 규명할 경우 초신성을 이용하는 우주의 팽창 연구의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임 교수는 "우즈베키스탄, 미국, 우리나라의 관측시설들은 공용시설이라 다른 많은 프로그램들이 함께 수행되고 있어서 이번 연구에 필수적인 모니터링 관측을 지속적으로 하기가 어려웠다"면서 "연구를 시작한 시점부터 지금까지 8개의 초신성이 나타났지만 대부분이 배정받은 관측시간이 아닌 기간에 나타났기 때문에 그들의 폭발 순간을 아쉽게 놓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행히도 서울대의 교육·연구시설구축에 대한 지원금과 이상각 서울대 천문전공 명예교수님의 기부금을 합해 지난해 호주 사이딩 스프링 천문대에 ‘이상각 망원경’을 설치할 수 있었다"고 했다. 임 교수는 "이상각 망원경과 유사한 관측시설을 세계 곳곳에 더 많이 설치하고 싶다"며 "그렇게 할 수 있다면 1년에 수십 개 초신성에 대한 섬광현상의 포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각 망원경(LSGT·Lee Sang Gak Telescope). [사진=미래부 제공]


현재 이상각 망원경에 장착된 카메라는 저가의 카메라다. 조만간 이것을 감도가 높은 고성능 카메라로 교체할 예정이라고 임 교수는 설명했다.

연구결과는 천문학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천체물리학저널 증보(The Astrophysical Journal Supplement Series) 지난달 20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 백색왜성
항성이 최종적으로 진화한 상태로 별이 대기를 잃어 매우 작은 상태로 수축되어 있어 ‘왜성’이라고 부른다.
 
☞ 적색거성
항성이 백색왜성으로 변하기 전에 거치는 진화단계로 항성대기가 매우 부풀 어올라 태양 직경의 수백 배 수준으로 매우 크게 변한 상태를 말한다. 

☞ 이상각 망원경
서울대에서 은퇴한 이상각 교수의 기부로 2014년 호주 사이딩 스프링 천문대에 설치한 연구 및 교육 목적용 43cm 반사망원경이다. 원격관측과 자동관측이 가능하다.

☞ 항성
일반적으로 핵융합 반응을 통해 빛을 내는 천체이며 우리가 밤하늘에서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천체가 바로 항성이다. 항성의 대표적인 예가 태양이다. 일부 항성은 핵융합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빛을 내기도 한다.

☞ 주계열성
중심부분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으로 매우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내면서 빛을 내는 항성진화 단계다. 대부분의 별(항성)이 주계열성 단계에 있는 항성이다. 태양과 같은 별은 약 125억 년의 생애 중 110억 년의 기간을 주계열성 단계에서 지낸다.

☞ 쌍성계
별들 중 약 50%는 두 개의 별이 쌍을 이루고 있는데 이를 쌍성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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