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래 OK시골 대표(시인)
살다 외로워진 날
동구 밖을 지킨다
쑥부쟁이 흔들리던
신작로 따라, 어느 날
첫눈이 내려, 편지처럼
발목 너머 잠긴 눈길에서
그대 내게로 오던 외길도 끊기고
홀로 맞는 겨울, 내내
평생처럼 폭설이 쌓여
사랑한다면 기다리는 것이라
너를 기다리던 눈 속에서
너만 기다려지던 어느 날
편지를 쓴다
싸락눈 먼 길을 돌아
아직도 가고 있을, 너에게로
봄, 살구꽃 피는 늦은 저녁이면
받을까, 그대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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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아침에 주문한 책이 저녁에 도착했다. "자장면 배달왔어요"다. 참 빠르다. 너무 빨라 때론 적응이 안 된다. 거기에 익숙해 지다보니 조금만 느려도 갑갑증을 느낀다. 그렇게 바쁜 생활을 할 때 간간히 편지를 쓰고 싶어진다. 우체국에 가서 엽서라도 한장 사 누구에겐가 손글씨로 쓴 엽서를 보내고 싶다. 겨우 내내 함박눈 길을 가다, 싸락눈도 맞고 또 얼었다 녹았다 비를 맞고, 다음 계절 봄꽃 피는, 살구꽃 흐드러진 저녁 무렵 그리도 느린 편지를 받아줄 누군가가 있다면...

겨울편지[사진=김경래 OK시골 대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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