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하락 정유‧석유화학‧항공‧해운 ‘웃고’, 조선‧건설 ‘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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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0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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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양성모·이재영·배상희·이소현 기자 =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로 내려서며 초(超)저유가 시대에 돌입했다. 국내 산업계의 경우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저유가로 가장 이득이 큰 업종은 정유 및 석유화학 업계다. 저유가가 수요확대 측면에서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유·화학분야는 4분기에 유가하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함에도, 석유제품의 정제마진이 강세를 보여 실적향상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특히 저유가에 따른 수요 회복속도가 예상보다 느린 것으로 전해지지만, 내년까지 저유가가 장기화될 것으로 관측돼 수요도 점진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유가가 추가 급락하지만 않으면 저유가가 유지되는 상황이 고유가보다 실적에 유리하다는 게 관련 업계의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고유가가 지속되는 것과 저유가가 지속되는 것을 비교하면 정유사로서는 저유가 지속이 훨씬 유리하다”며 “유가가 높을 때보다 저유가에서 정제마진이 높고, 가스와 대체관계에 있는 납사, 벙커유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마진이 좋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4조509억원에 달한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의 영업이익은 각각 1조6730억원과 1조968억원으로 1조원의 벽을 넘어섰다. 에쓰오일(8604억원)과 현대오일뱅크(4207억원)도 견실한 영업이익을 올렸다

원료를 수입하는 화학업계도 저유가로 원가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저유가에서 이익이 개선되는 가장 큰 요인은 원료를 사용하는 부분의 차익”이라며 “미국은 가스화학(ECC), 중국은 석탄화학(CTO)으로 경쟁하는데, 고유가 당시 국내 석유화학(NCC) 경쟁력이 취약했지만 유가가 50달러로 내려왔을 때 ECC와 NCC 마진은 대동소이하다. CTO보다는 상당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항공업계와 해운업계도 저유가로 인한 수익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유가가 배럴당 1달러가 떨어지면 연간 매출 320억(3200만 달러) 손익이 변동한다는 설명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저유가로 고객에게 합리적인 가격을 제공할 수 있고, 유가가 배럴당 1달러가 떨어지면 연간 매출 300억원이 추가로 발생할 정도로 항공사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경영환경에도 우호적인 조건으로 작용한다”며 “유가하락 및 운영효율성 제고 등의 영향으로 3분기에도 양호한 영업이익을 기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해운업계 역시 항공업과 함께 저유가 기조에 따른 직접적 수혜가 예상되는 대표적 종목으로 꼽힌다. 해운업은 원가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원가부담이 떨어지면 그만큼 수익률 향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해운업계의 경우, 유가하락은 컨테이너선과 탱커선 주력선사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벌크선 주력선사들은 장기계약이라는 사업구조상 수혜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유가 하락세가 이어진 올해 상반기 컨테이너선 주력 국내 주요 선사의 수익성이 일제히 개선됐다. 올 상반기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국내 주력 선사들은 글로벌 선사의 물동량 경쟁 심화로 인한 운임하락으로 매출액은 대부분 감소세를 보였지만, 매출원가 중 최대 30%를 차지하는 연료비 비중이 적어지면서 영업이익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업계 전문가는 “최근 선복량 과잉공급과 물동량 부족, 글로벌 경쟁심화 등이 저유가 기조에 따른 긍정적 기대효과를 상쇄하고 있다”면서 “현재는 유가 하락이 해운업의 구조적인 수혜로 연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선업계와 건설업계는 저유가로 인한 악영향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선업계는 해양플랜트 수주의 약세와 선박에 대한 추가수주 둔화, 선주사의 인도거부 등 불확실성이 확대될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최근 수조원의 손실을 기록한 해양플렌트의 경우, 발주자체가 끊긴데다 발주가 나온다 해도 국내 조선업체들이 선별 수주에 나서는 상황이라 수주 문제에선 큰 우려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반대로 현재까지 인도가 예정된 해양설비들에 대한 인도거부 우려는 여전히 조선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이는 최근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이 당한 인도거부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 10월 29일 삼성중공업은 미국의 퍼시픽드릴링(PDC)이 드릴십 건조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면서 3분기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선 선례가 있다.

대우조선해양도 지난 8월 미국의 시추업체인 밴티지드릴링(Vantage Drilling)으로부터 수주한 7000억원 규모의 드릴십 1척에 대한 계약을 해지한 바 있으며, 1조원 적자의 원흉격인 노르웨이 ‘송가프로젝트’에 대한 추가비용도 현재까지 못받고 있다.

현대중공업도 노르웨이의 프레드 올센 에너지로부터 수주한 반잠수식 시추설비에 대해 일방적인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특히 선주측은 적반하장격으로 선수금 1억8000만 달러의 반환과 이자 지급을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건설업계도 유가하락으로 인한 중동지역 발주급감에 발만 구르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우리나라의 해외 건설 수주액은 406억달러로 전년 동기(570억 달러)의 70% 수준에 머문 상태다.

같은 기간 유공장, 발전소, 가스시설, 정유시설 등 산업설비 분야 수주액은 235억 달러로 지난해 11월 누적 기준 460억 달러의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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