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대한민국은 여전히 수입차 전성시대다. 올들어 우리나라에서 팔린 자동차 6대 가운데 1대는 수입차다.
최근 국내 수입차 시장은 악재가 잇따랐다. 배출가스 저감 장치 조작파문을 일으킨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와 같은 대형 스캔들은 전세계적으로 문제가 됐다.
또 ‘골프채 파손’ 사건으로 일파만파 퍼진 메르세데스-벤츠 S63 AMG 4MATIC 차량 엔진 제어장치 결함, 원인불명 BMW 차량 화재사고 등 국내 수입차 업계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그러나 국내 수입차시장 판매량만 보면 한국은 수입차 ‘무풍지대’다. 고객의 신뢰를 저버린 비(非) 윤리경영과 자동차결함은 고공행진 중인 국내 수입차 시장 성장세에 제동을 걸지 못했다. 미국, 유럽 등 글로벌 판매량은 급감하는 반면, 유독 한국시장에서는 판매량 호조를 보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7일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전년 동월 대비 65.6% 늘어난 4517대를 판매했다.
폭스바겐은 월별 판대 최대치를 달성했고, ‘배기가스 조작’ 악재에도 불구하고 수입차 판매 1위를 기록했다.
가장 많이 팔린 모델 상위 1‧2‧3위도 폭스바겐 그룹이 장악했다. 폭스바겐의 대표 SUV 티구안(1228대), 제타(1000대), 아우디 A6(702대) 순이었다. 점유율도 19.6%로 다시 두 자릿수를 탈환했다.
폭스바겐은 국내시장에서 지옥에서 천국으로 탈출한 분위기다. 세계적인 배출가스 조작 파문으로 폭스바겐은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았고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 10월 국내 판매량은 947대로 전달(2901대)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그러나 불과 한달만에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고객불만을 대대적인 할인공세로 잠재운 결과다. 지난 9~10월 리콜문의로 가득했던 폭스바겐 전시장은 11월 폭스바겐의 ‘60개월 무이자 할부’ 프로모션이 시작되자 차량 구매문의가 폭주했다.
일선에서 뛰는 딜러들은 “차가 없어서 못 팔정도”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강남의 한 폭스바겐 전시장 딜러는 “평소 판매 목표의 3~4배는 달성했다”며 “물량만 뒷받침 됐다면 더 팔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북의 한 폭스바겐 전시장 딜러는 “할인앞에 장사없다”며 “판매가 너무 잘되니 오죽하면 본사(폭스바겐 코리아)에서 마진이 안 남으니 차를 그만 팔라고 했을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폭스바겐은 모델별로 할인이 가능한 폭을 1~2% 정도 소폭 줄였지만, 이달에도 60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 사태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급증한 것과 관련 “사태 초기에 한국 소비자들은 비도덕적 행위에 날을 세우다가도 시간이 지나 업체의 할인공세에 실익을 챙겼다”며 “‘나만 싸게 사면 된다’는 이기적인 생각은 비도덕적인 기업에 면죄부를 준 꼴”이라고 지적했다.
수입차 판매성장세는 업계 전반적으로도 마찬가지다. 11월까지 한국수입차협회에 등록된 23개 브랜드 중 인피니티, 피아트 등 2개 브랜드를 제외하고 폭스바겐, 아우디 등 나머지 21개 브랜드는 평균적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5% 판매량이 늘었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는 11월까지 각각 4만2653대, 4만2044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왕좌 자리를 놓고 막판 판매량 끌어올리기에 나섰다.
올해 수입차업계는 잇단 악재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 실적이 전망된다. 11월 현재 21만9534대로 사상 처음 20만대를 넘어섰다.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사태에도 불구하고, 수입차의 인기는 식지 않아 연말까지 23만5000대, 내년 25만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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