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번 회의는 금강산 관광 사업이 중단된 지 7년 만에 금강산에서 남북 회의가 개최되었다는 점에서 남북 교류 사업의 청신호로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겨레말큰사전은 남북의 사전편찬가들이 함께 편찬하여 남북의 겨레가 함께 이용하게 될 사전으로, 남북 및 해외동포들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30만 개 이상의 낱말을 수록하는 대사전이다. 남북 공동편찬사업회에서는 2005년부터 현재까지 총 24 차례 공동 편찬회의를 개최했다.
그동안 남북의 사전편찬가들은 사전에 올릴 낱말을 함께 선정했고, 2009년부터는 선정된 낱말에 대한 뜻풀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은 남북 및 해외의 우리말을 집대성하여 민족어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사업이다. 남북의 당국에서도 이 사업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남북공동편찬회의가 개최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대사전을 편찬하려면 많은 인력과 예산,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국내에서는 종이로 출판하는 대사전의 편찬을 기획하는 곳이 매우 드물다.
하물며 남과 북이 함께 편찬해야 하는 대사전의 경우 민간에서는 엄두도 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겨레말큰사전을 안정적으로 편찬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에서도 특별법을 제정하여 뒷받침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사업 추진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토대로 하여 민간의 전문 학자들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통일을 준비하는 민관 협력 사업의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편찬 일정에 따라 순조롭게 진행되던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은 2010년에 들어 위기를 맞았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1년에 4차례 정기적으로 개최되던 공동편찬회의가,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4년 7개월 동안 중단된 것이다.
정부와 국회에서는 사전 편찬 기간을 5년 연장하여 편찬 사업이 완수될 수 있도록 뒷받침했지만, 편찬 일정에 따른 남북 공동회의 개최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겨레말큰사전은 남북이 함께 만드는 사전이므로 그동안 남과 북에서 각기 편찬한 사전에 비해 편찬에 특히 어려움이 많다.
그렇지만 사전 편찬과 관련된 문제는 남북의 사전편찬가들이 합의할 수 있을 만큼 신뢰가 구축되었다.
문제는 남북 관계 경색과 같은 사전 편찬 외적인 부분이다. 편찬 일정에 맞추기 위해서는 남북의 학자들이 정기적으로 또는 필요할 때 언제든지 만나서 논의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현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정치적으로 남북이 대립하더라도 민간 교류 사업만큼은 꾸준히 진행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남북 간에 정치⋅군사적 문제가 불거지더라도 민간 교류 사업에 그 영향이 직접적으로 미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겨레말은 일시적인 정치나 사회 이념보다도 훨씬 높은 차원의 민족적 원천이며 자부심이다.
현재 남측에서는 북측 사전을 볼 수 없고, 북측에서도 남측 사전을 참고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북의 어휘가 함께 수록된 《겨레말큰사전》을 남북뿐만 아니라 해외의 겨레가 함께 이용한다면, 우리 겨레의 언어 동질성 회복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 확신한다.
남북공동편찬사업회는 이 일을 시작한 단체로서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다.
사전 편찬이 완료될 때까지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 어려움이 사전 편찬 외적인 것이 아니길 간절히 바란다. 아울러 남북의 편찬원들이 동요 없이 편찬 작업에 매진할 수 있도록 겨레 여러분의 기대와 응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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