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여성들을 발탁하며 은행권의 '유리천장'이 깨지는 듯 했지만 인재 풀이 얕아 결국 과거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장기적인 계획으로 통해 여성인재 육성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몇 년간 시중은행들이 여성 임원을 대거 발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여성 임원 비중이 다시 축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최근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한 우리은행은 이 은행 최초의 여성 부행장인 김옥정 부행장을 교체하면서 이 자리에 여성을 발탁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 부행장 가운데 여성이 다시 없어지게 됐다. 또 상무 승진 대상자 역시 모두 남성이었다.
이는 지난 2013년 권선주 행장을 시작으로 상당수 시중은행들이 여성임원 배출에 동참했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앞서 지난해 연말과 올해 초 있었던 정기 임원 인사에서도 시중은행에서 유일하게 여성 부행장으로 선임된 것은 이번에 교체되는 김옥정 부행장이 유일했다.
문제는 시중은행에서 부행장급으로 올라설 여성 인물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다른 산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은행권이 그동안 여성인재 육성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여성 임원을 대거 선임했지만 인력 공백이 불가피한 것이다.
실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이 지난 국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1개 시중은행 및 특수은행의 여성 임원은 20명(6.6%)에 불과했다.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KB국민은행의 경우 임기가 끝나는 박정림 부행장을 제외하고 전무·상무 등 임원급 가운데 여성이 단 한명도 없다. 최근 통합한 KEB하나은행은 천경미 전무가 유일한 여성 임원이다. 이외에 신순철 신한은행 부행장보, 김성미 IBK기업은행 부행장, 강신숙 수협은행 부행장 등이 임원으로 활동 중이다.
금융업권의 경우 주요 업무에 있어서 경쟁사나 다른 업계에서 인재를 영입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인력을 키우지 않으면 인재 확보가 어렵다. 따라서 사회 분위기에 휩쓸려 단기적으로 눈에 보이는 인사를 내는 것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여성인력 풀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여성 고위 인사는 “처음 입사할 때는 남성과 여성의 성비가 비슷하지만 직급이 올라갈수록 육아, 가정 등의 이유로 여성인력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면서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임원으로 올라갈 위치에 있는 여성인재 풀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고 해서 사회적 분위기에 눈치를 보며 여성 임원을 발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여성 경영자 후보군을 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