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일보다 사람이 힘든가? 문제는 나르시시즘(narcissism, 자기애)이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따귀 맞은 영혼',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의 저자이자, 독일 최고의 심리상담가 배르벨 바르데츠키가 34년간의 심리학 연구와 상담치료 끝에 내린 결론이다. 조직 내 인간관계를 좀먹고, 지속적으로 개인을 내면을 파괴하며 우울, 중독, 번아웃 등의 심리장애 및 조기퇴사의 원인이 되는 것이 바로 ‘나르시시즘’에 관련된 문제였기 때문이다.
거만하고 자기주장만 하는 경영진, 직원들의 인격은 무시하고 성과만 지향하는 상사들, 잘못이나 책임은 교묘하게 우리에게 떠넘기면서 생색내는 동료들 같이 조직에는 자기밖에 모르는 태도로 우리를 ‘유독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공급 과잉, 성과 중심, 자기 PR 시대라는 흐름에 맞춰 우리 사회는 이런 나르시스적인 사람들이 점점 더 득세하고 있다.
이들은 조직에서 성과를 내고, 자기 자신을 마케팅하고,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입증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내면을 짓밟고, 우리의 아이디어나 성과를 가로챈다. 그리고 우리가 여기에 저항할 수 없도록 상황이나 심리를 교묘하게 조작한다. 나르시스적인 사람들에게 대항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이들은 어떻게든 성과를 거머쥐려는 경쟁 지향형 성격에, 화술, 카리스마 등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재단하는 데 능숙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소한 비판에도 발끈하며 강한 공격 성향을 드러낸다. 이들이 조직의 결정권자라면 우리는 더욱 힘들어진다.
이 책에 따르면, '21세기 CEO의 전형'으로 평가받은 애플의 경영자 스티브 잡스가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생산적 나르시스트’로, 탁월한 성과, 카리스마, 매력, 위험 감내성,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한편 자신을 완벽하게 생각하고 자신의 기대에 어긋나는 사람들은 모두 ‘병신’, ‘얼간이’로 취급하며 인격을 모독했다. 바르데츠키는 잡스가 정신적 폭력을 넘어 위험한 정신병적 나르시시즘을 갖고 있었다고 진단한다. 우리 사회에서 종종 문제가 되는 ‘갑질’의 문제도 바로 이런 나르시시즘이 극대화된 케이스다.
바르데츠키는 나르시스적인 사람들의 내면과 행동을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그럼으로써 부정적 나르시시즘으로 주변을 피폐하게 만드는 상사나 동료, 직원을 이해하고 상대할 수 있도록 심리, 행동 처방전을 제시한다. 그러나 한편 누구에게나 나르시시즘이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자존감이 약할수록 우리는 타인이나 자기 자신의 나르시시즘에 쉽게 휘둘린다. 이 책은 타인과 나를 있는 그대로 성찰하고, 내부와 외부의 부정적 나르시시즘에 휘둘리지 않도록 해주는 실천적 방법들을 제시한다. 그리고 자존감과 성취감, 인간관계를 모두 지켜낼 수 있도록 우리를 독려한다. 250쪽 | 1만2600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