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열 칼럼] 저커버그와 정문술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5-12-09 14:41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장)

[김동열 실장]


저커버그와 정문술, 두 사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우선 첨단 IT분야에서 성공한 CEO라는 점이다. 미국의 마크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을 개발했고, 10억명 가량의 세계인들로부터 사랑받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자리매김했다.

아침에 눈뜨면 페북을 열어보고, 밤에 잠자리에 들기전 페친에게 인사하는 게 일상이 됐다. 우리나라의 정문술은 반도체 관련 장비를 만드는 미래산업을 성공시킨 후, 라이코스코리아라는 인터넷 서비스업체의 대표를 역임했고 많은 벤처기업에 투자했던 IT업계의 원로 CEO였다.

두 사람의 또다른 공통점은 통큰 기부에 있다. 저커버그는 최근 딸 맥스가 태어난 것을 계기로,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라는 기부재단을 만들어 페이스북 지분 가운데 99%를 살아생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7대 부호인 저커버그의 주식은 현재 시가로 45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52조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하지만 새로 태어난 딸이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희망으로, 그런 세상을 만드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신념으로 통 큰 기부를 했다.

우리나라의 정문술은 2001년에 카이스트에 300억원이라는 당시로서는 상당히 큰 금액을 기부한 바 있으며, 작년에 또 215억원이라는 거금을 카이스트에 기부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2002년 카이스트의 ‘정문술관’ 기공식과 2003년 준공식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두사람의 공통점은 직원에 대한 애정에서도 드러난다. ‘저커버그처럼 생각하라’는 책에는 그가 직원을 어떻게 생각하고 대하는지가 드러나 있다.

직원이 행복해야 하고 직원을 창업가로 대하고 직원 스스로 리더로 커나가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그것이 결국 회사의 성장과 성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정문술도 그의 책 ‘아름다운 경영’에 보면 직장을 직원의 놀이터로 만들어 마음껏 상상하고 시도하고 일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 드러나 있다.

마지막으로 두사람은 실패를 딛고 성공했다는 점에서 똑같다. 저커버그도 페이스북을 성공시키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수차례 포기할뻔 했지만 불굴의 투지로 성공시켰다.

정문술은 미래산업을 성공시키기까지 가족과 동반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그 실패를 딛고 미래산업을 국내 최고의 반도체장비 제조업체로 키워냈다.

사실 두 사람은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훨씬 많다. 저커버그가 하버드를 졸업한 엘리트 과학자 스타일의 젊은 CEO라면, 정문술은 산골에서 태어나 학력과 경력도 내세울게 없었고 환갑이 넘은 나이에 벤처업계의 대부로 활약하는 노익장을 과시했다.

이 모든 공통점을 모아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 두사람은 세상을 살만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일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의 사례를 들어보자. 스탠포드와 김문기, 두사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기부를 통해 대학을 세웠다는 점이다. 스탠포드는 서부의 하버드대학이라고 불리는 스탠포드대학을 세워서 세계적인 명문대학으로 키워낸 인물이다.

김문기는 상지대학을 세운 설립자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상지대학은 비리사학의 대표격으로 언론지상에 오르내린다는 점에서 스탠포드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크다.

평생을 모든 돈으로 좋은 대학을 세워 훌륭한 인재를 키워내는 것은 참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이다. 반면에 대학에 자기 돈을 조금 집어넣은 후, 이를 이용해 돈벌이를 하고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수업과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가하면, 바른 말을 하는 교수를 괴롭히는 것은 참으로 나쁜 일이다.

지난 9일 상지대 총장직에서 해임된 김문기씨가 이제는 설립자실을 만들어 출근하고 있다니 참으로 안타깝다. 대부분의 사학은 이와 다르다. 훌륭한 취지로 설립돼 학생은 물론 교수, 지역사회를 위해 기여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부자에 대한 이미지는 다른 나라에 비해 좋지 않다. 그럴수록 기업인이 지역사회를 위해 또 약자를 위해 봉사하고, 기부를 통해 나쁜 이미지를 조금씩 개선해가야 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개인과 기업이 사회에 봉사하고, 기부를 늘려가고 있어 다행스럽다. 이처럼 지역사회를 바꾸는 것은 눈에 띄지 않는 작은 봉사와 기부에서 시작된다.

저커버그와 정문술, 그리고 스탠포드처럼 존경받는 기업인은 물론이고, 수많은 보이지 않는 봉사자와 기부자가 많아지길 바란다. 그런 ‘보이지 않는 영웅들’이 있어 세상은 살만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