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후폭풍… 조선업계, 해양설비 또 인도 취소될라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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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0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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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우리나라 조선업체들이 건조한 해양플랜트들에 대한 인도거부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조선 3사의 해양플랜트 수주잔량이 70여기에 달하고, 다수 설비들이 용선처를 찾지못한 만큼 저유가로 조선업계가 받을 충격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저유가에 해양플랜트 인도 직전 계약 취소

지난 10월 27일 노르웨이의 프레드 올센 에너지는 현대중공업에 일방적으로 시추선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납기일이 늦춰졌다는 것이 이유였다. 특히 선주측은 적반하장격으로 선수금 1억8000만달러의 반환과 이자 지급을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조선업계는 설비를 빌려줄 용선처를 찾지 못하면서 프레드 올센이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뿐 만이 아니다. 현대삼호중공업이 노르웨이 시드릴로부터 발주 받은 반잠수식시추선이 지난 9월 계약해지를 통보받은 상태다. 현대중공업은 런던해사중재협회에 중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지난 10월 미국의 퍼시픽드릴링(PDC)이 드릴십 건조계약을 해지해 올 3분기 영업익이 800억원 흑자에서 100억원의 영업손실로 재무제표를 정정했다. 이는 PDC측으로부터 받은 1억8110만 달러의 절반인 946억원을 대손충당금으로 계상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도 지난 8월 미국의 시추업체인 밴티지드릴링으로부터 수주한 7000억원 규모의 드릴십 1척에 대해 선주측이 중도금 지급을 이행하지 않아 계약을 해지했다. 또 노르웨이 ‘송가프로젝트’의 체인지 오더 추가비용도 현재까지 받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해양플랜트 설비 계약이 줄줄이 취소되는 이유는 저유가가 결정적이다. 해양플랜트 설비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국제 유가가 베럴당 80달러는 돼야 수익이 나는 구조다. 하지만 최근 국제 유가가 40달러 밑으로 내려가 이들 업체들은 용선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설비를 가져가봐야 골치만 썩게 되니 차라리 일방적으로 계약을 취소하는 것이다.

최근 발생하는 해양설비 계약 취소는 지난 1970년대 1차 오일쇼크로 발생한 선박 인도거부와 엇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가 급등이 아닌 저유가로 인한 인도거부인 만큼 ‘역 오일쇼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1차 오일쇼크 당시 현재 현대중공업의 기틀을 만들어준 그리스의 리바노스가 당시 현대조선이 건조한 유조선을 인도거부한 것은 유명한 사례다.

리바노스가 발주한 7302호는 1974년 6월 진수식과 명명식까지 가졌고, 1974년 11월 사실상 건조가 완료됐다. 하지만 당시 리바노스는 선박의 품질을 문제삼고 완공기일을 늘려 왔다. 당시 계약으로는 인도일을 지키지 못하면 계약취소는 물론, 지불했던 선수금의 경우 이자까지 붙여 변제하기로 돼 적지않은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계약 자체가 우리나라 업체에 불리한 만큼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다른 관계자는 “현재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런던해사중재협회(LMAA)에 중재신청을 하는 방법 외엔 없다”고 토로한다. 이외에도 최악의 경우엔 가격을 낮춰 울며 겨자먹기로 되팔거나, 그것마저도 안될 경우 국내 조선소가 직접 용선처를 찾아 설비를 빌려주는 방법외엔 없다.

◆남은 해양설비 70여기 뇌관되나

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조선 3사의 해양플랜트 수주잔량은 삼성중공업 24기, 현대중공업 24기, 대우조선해양 22기 등으로 총 70여기에 달한다. 앞서 계약이 취소된 설비들 대부분이 용선처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며 추가 인도거부 또는 계약취소라는 악재를 만날 가능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용선체결이란 발주사가 실제 설비를 이용하는 업체와 계약을 맺어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즉 용선체결이 더딜 경우, 선주측이 적당한 용선처를 찾기 전까지 인도를 연기하거나 품질을 문제삼아 계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경우로 이어질 수 있다.

저유가는 산유국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북해산 브렌트유를 생산하는 노르웨이의 선주협회는 “해양플랜트 상황은 2016년과 2017년에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내년 여름이면 작업 중단으로 방치될 부유식 플랫폼이 두배로 늘어, 20대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현재 노르웨이 해양플랜트 선대에서 6기의 해양플랜트 중 1기 꼴로 시장에서 철수한 상태다. 내년이면 이 비율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선박 중개회사인 웨스트쇼어(Westshore)는 최근 월간보고서를 통해 “내년은 더 많은 해저 보링용 플랫폼이 방치될 전망”이라며 “이는 해양플랜트 시장이 개선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즉 우리나라 업체들은 해양플랜트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북해지역 시추설비 수출비중이 꽤 높았다. 하지만 저유가로 채산성이 떨어지자 발주를 꺼리고, 있던 설비도 방치되는 상황"이라며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유가가 정상화돼 그에 따른 시추설비 발주가 이어지기만을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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