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징비록, 기억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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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10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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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종숙 지음 | 북스타 펴냄

 


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징비록' 서문에서 류성룡은 참혹한 전쟁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성찰의 기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에겐 그것이 전쟁을 온전하게 극복하는 길이었고, 미래로 나아가는 길이었다. 미래의 기준이 될 과거가 묻혀 버린다면 반성도 할 수 없고, 혁신도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참혹한 과거, 참담한 기억이라고 해서 지워버린다면, 또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각색한다면, 과거의 악몽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 그래선 안 될 일이었다.

류성룡은 기억을 기억하기 위해 붓을 들었다. 그의 시대를 기억하는 것은 그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붓을 꺾지 않았고, '징비록'을 완성했다. 그것은 임진왜란 발발 당시 포화의 한가운데서 전쟁의 참화를 겪으며 전시 내각을 이끌었던 최고위직 관리의 비장한 반성문이자 국난 극복의 역사 철학서이기도 하다. '징비록'은 지금까지 개인이 남긴 회고록 중 유일하게 국보(국보 제132호)로 지정되었을 만큼 우리에게 값진 유산으로 남아 있다.

지금 우리는 류성룡의 '징비록'이 있어 임진왜란 이전의 국내외 정세는 물론 정부의 대처 방식, 전쟁의 구체적인 실상에 이르기까지 임진왜란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다. 구체적인 사료와 사실에 입각한 그 기록은 전쟁 직전 정부의 선택부터, 일본군의 침략 직후 달아난 관리들과 도성을 버린 임금의 선택, 그런 안팎의 위기에서 적과 맞서 싸운 이순신과 의병들의 선택 등 수많은 사람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그것은 과거의 류성룡이 현재의 우리에게 던지는 시대를 초월한 질문으로 돌아온다. 296쪽 | 1만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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