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소프트뱅크는 IT업계에서 인재를 배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 일본 국내 IT기업에서 소프트뱅크 출신자들이 늘고 있으며, 이는 소프트뱅크 출신 인재들이 제대로 평가 받고 있다는 증거다.
소프트뱅크는 인재 채용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 온 기업이다. 창업 초기에는 유일한 사원이었던 아르바이트생 2명이 사과궤짝에 올라 '매출 1조, 2조 엔 달성'을 목표로 제시한 손정의 사장의 이야기를 듣고 모두 도망갔으며, 이들이 회사를 떠난 뒤에도 한동안 인재가 모여들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손 사장은 학력과 경력을 따지지 않고 인재를 채용해 나갔다. 그의 기준은 오직 '눈이 빛나고 있느냐'였다.
2001년 소프트뱅크가 브로드밴드 사업을 시작했을때 손 사장은 "오후 5시이후 업무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부서와 직종에 상관없이 100명의 사원을 회의실에 집합시켜라"고 인사부장에게 지시했다.
영문도 모르고 회의실에 모인 100명의 사원 앞에 나타난 손 사장은 "지금부터 우리회사는 브로드밴드 사업을 시작합니다. 바로 제2의 창업입니다. 여기에 모인 모든 분들은 브로드밴드 사업을 맡게 됐기 때문에 명함을 두고 집으로 돌아가십시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명함을을 두고 간 사원 100명은 소프트뱅크 브로드밴드 사업의 초기 멤버로 이름을 올렸다.
눈에서 빛이 나는 사람을 채용하고, 우연히 집합시킨 사원들로 새로운 사업을 꾸리게 하는 방식은 인재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비합리적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손 사장의 철저한 인재 선발 방식에 따른 것이다.
손정의式 인재 선발법은 철저한 실전주의에 입각하고 있다. 또 회사 전체 사원에게 '1000개의 펑고'라 불리는 철저한 관리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다. 다른 대기업처럼 능력이 없어도 회사에 다닐 수 있는 시스템과 전혀 다른, 모든 사원이 회사에 공헌하도록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특히 임원급이 되면 손 사장과 똑같은 속도로 사업을 진행시키는 힘이 요구된다. 손 사장과 회의 중에 질문을 받은 임원이 '검토중 입니다'라고 대답할 경우, 손 사장은 바로 그 자리에서 그 임원의 부하 직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현황을 듣는다. 뿐만 아니라 다음 회의부터는 그 부하직원을 참석케 한다. 담당한 부서의 업무를 이해하지 못하고, 사장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는 임원은 회의에 참석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부하직원들이 마련해 준 의자에 편하게 앉아 있기만 하려는 임원은 존재할 수 없는 구조다. 손 사장이 이력서를 믿지 않고, 눈이 빛나는지를 살펴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키 타케노부 전 소프트뱅크 비서실장은 손 사장의 채용 방식에 대해 "소프트뱅크의 사원, 임원으로 일을 해나갈 수 있을지는 이력서와 면접 만으로는 알 수 없다"면서 "손 사장은 소프트뱅크와 궁합이 잘 맞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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