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으로 끝난 남북당국회담…전문가들 "무용(無用)한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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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1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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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개최된 제1차 남북 당국회담에서 우리 측 수석대표인 황부기 통일부 차관(오른쪽)과 북측 대표 전종수 조국 평화통일 위원회 서기국 부국장(왼쪽)이 회담 시작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번 회담을 통해 이산가족문제 등 비교적 쉬운 현안부터 해결해 점차적으로 남북 간 협력 기반 확대를 토대로 관계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북측은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 현안을 집중적으로 거론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른쪽부터) 손재락 총리실 국장, 황부기 통일부 차관, 김의도 통일부 국장, 황충성 북측대표, 전종수 북측단장, 황철 북측대표.[사진=사진공동취재단]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8·25 합의의 핵심 조항이었던 남북 당국회담이 11~12일 개성공단에서 열렸지만 합의문은 커녕 차기 회담 일정도 잡지 못하고 결렬됐다. 남북 간 견해차로 결렬은 됐지만 무용(無用)한 회담은 아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은 분석이다.

북측은 회담 이틀째인 12일 오후 6시20분 5차 수석대표 접촉을 제의, 5분간 만난 자리에서 "남측이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는 데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일방적으로 회담 종료를 통보했다.

남측 수석대표인 황부기 통일부 차관은 "북측은 금강산 관광 문제를 집중 제기하면서 이산가족 문제와 연계시켜 동시에 추진할 것을 주장했다"며 "우리 측은 인도적 문제인 이산가족 문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성격이 다른 사안으로, 이를 연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금강산 관광객 신병 안전과 (박왕자씨 피격 사건) 재발 방지, (몰수) 재산권 회복 등의 조치가 선행돼야 하는 만큼 금강산 관광 실무회담을 개최할 것을 제안했으나 북측은 ‘금강산 관광 재개가 선결되지 않으면 다른 사안을 논의할 수 없다’며 일절 호응해 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결국 남북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에 관한 양측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평행선을 달린 끝에 접점을 찾지 못하고 회담이 결렬되는 사태를 맞았다. 남측이 제기한 중점 현안들은 전혀 논의되지 못했다.

남북은 이번 당국회담에서 북 핵 문제와 북한 인권문제 등 민감한 정치·군사적 사안들도 테이블에 올렸다.

북측은 "언행을 신중히 해달라"며 불편함을 드러냈고, 남측은 "남북관계 발전에 핵 문제가 걸림돌"이라는 정부의 강경한 입장을 전달했다.

지난 8월 군사적 대치 상황까지 고도의 긴장 국면에서 고위급 접촉을 통해 합의가 도출됐고, 이후 이산가족 상봉과 사회·문화 교류 등 합의사항들이 순조롭게 이행되면서 이번 당국회담에 거는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회담이 결렬되자 북 측은 결렬 책임이 남측에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의 대남 선전용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13일 '비방중상은 대화 분위기를 해치는 화근'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상대방에 대한 비방중상은 대화와 관계개선의 분위기를 해치는 화근"이라며 남한을 비난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2일 "남측은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 토의를 거부하면서 부당한 주장을 고집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비록 남북이 어떠한 '합의'에도 이르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결실을 맺지 못했지만 회담의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한과 교수는 "이번 회담이 사실상 어떤 의제를 갖고 만나는 게 아니었다"라며 "양측이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확인하고 다음 회담 날짜를 잡는 정도로 최소한의 합의를 하면서 남북 회담의 모멘텀을 이어가는 것만 해도 어느 정도 성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특히 이번 회담이 전혀 무용(無用)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은 중론이다.

북한이 금강산 문제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의제화에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 입장에서도 북한의 패를 분명히 알았다는 성과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지금 당장은 회담이 결렬된 것 처럼 보이지만 우리 입장에서도 북한의 입장을 명확하게 확인한 측면이 있다"며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에 대한 우리의 구체적인 안을 수립하고 여론 수렴 등을 거치기 위해 거쳐야 할 단계였다"고 평가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회담 결렬이라기보다는 양측이 한 번 더 심사숙고할 기회를 얻었다고 본다"며 "이번 회담은 ‘탐색전’으로 서로 의견을 주고받은 것을 성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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