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롯데백화점이 올해 킨텍스에서 열었던 두번의 출장 행사에 모두 참가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손님이 없던 적은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망한 거죠. 첫 번째 행사에서 개장 후 이틀 동안 하루 100만원 이상을 벌었다면 두 번째 행사에선 90만원, 이번에는 30만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동안 롯데의 출장 세일이 대박을 터트렸다고 해서 이번에 처음 참가했습니다. 대박은 커녕 쪽박을 차게 됐습니다. 아르바이트 비용에 교통비 등도 만만치 않은데 만회할 것이라는 생각은 아예 접었습니다."
롯데백화점이 올 들어 4차례나 실시한 출장 세일이 한계점에 달했다. 주변 영세 상인들의 생계에도 치명타를 날리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갑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오는 20일까지 계속되는 행사에는 총 300여개 브랜드가 참여해 500억원 가량의 물량이 투입됐다. 15일까지 열리는 1차 행사엔 생활가전과 식품 상품군을 판매하는 '식품&리빙 페어'를, 16~20일까지 마련되는 2차 행사는 의류·잡화·스포츠 등 패션상품을 총망라해 판매하는 '패션 팩토리'로 나눠 연다.
올해 4월 서울 양재동 세택(SETEC)에서 운영하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당시 행사를 주관했던 잠실점이 이번에도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롯데는 4월 이후 일산 킨텍스로 장소를 옮겨 2회(7월 23~26일)와 3회(10월 15~18일) 출장 세일을 치렀다.
3회차 출장 세일까지는 소위 '대박'을 터트렸다. 1회 때 총 6일 동안 30만명이 방문해 60억원의 매출을 세웠다. '블랙 슈퍼쇼' '롯데판 블랙프라이데이'라는 타이틀로 진행한 2, 3회 때는 각각 100만명과 70만명이 방문, 130억원과 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단기간에 흥행은 물론 매출에서도 신기록을 작성했다.
부산지역 2개 점포도 연합으로 7월 24~26일 벡스코에서 '블랙 쇼핑데이' 행사를 열었다.
이에 질세라 현대백화점도 지난달 18~22일 코엑스 전시관을 임대해 'H쇼핑데이' 행사를 열었다. 행사 기간 중 60만명이 방문해 총 4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롯데백화점이 이처럼 출장 세일로 재미를 톡톡히 보는 동안 인근 중소 아울렛 유통업자들은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대표적인 곳이 고양시 덕이동 로데오거리와 한국항공대학 인근의 화전 아울렛 업체들이다. 덕이동은 킨텍스에서 3㎞, 화전은 15㎞ 위치에 있어 자가용으로 각각 10분과 20분 정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덕이동의 한 점포 관계자는 "롯데백화점의 출장 세일은 또 다른 형태의 '출점'이다"며 "이는 합법을 가장한 편법이다"고 비난했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이 킨텍스에서 벌인 두번의 출장 세일 기간 동안 이 중소점포의 내방객은 60% 이상 감소했고, 매출은 70% 이상 급감했다. 인근 상가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다른 점포 관계자는 "롯데백화점의 출장 세일로 상품군이나 할인 혜택이 비슷한 인근 롯데 빅마켓과 롯데아울렛 파주점의 매출이 크게 하락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롯데 측이 제살 깍아먹기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출장 세일은 또 다른 부작용도 낳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세일 불감증'이 생기도록 한 것이다.
13일 킨텍스 세일 현장에서 만난 대다수의 입점업체 관계자들은 "3개월에 한 번꼴로 같은 장소에서 출장 세일을 열다보니 약발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며 "1년에 1~2회 정도 철저한 준비를 거쳐 행사를 연다면 모르지만 지금과 같은 패턴이라면 본전도 못 찾을 것이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게다가 킨텍스와 엑스포럼이 주관하는 '2015 코리아 크리스마스 페어'라는 행사의 부대 행사로 기획되다보니 롯데백화점 세일은 '곁다리 행사'로 전락한 것도 단점으로 지적됐다.
행사장 한 켠에서 '베이비&키즈 페스티벌'과 크리스마스 페어가 동시에 열리고, 오후 6시가 되면 베이비 페스티벌 관계자들은 철수하는 어수선한 상황이 연출될 정도다.
롯데백화점 입점업체 관계자는 "롯데가 킨텍스 측에서 벌이는 크리스마스 페어에 장소가 남아 낮은 임대료를 조건으로 행사를 급조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며 "본점이 아닌 지점에서 행사를 준비하다보니 홍보에도 부실한 것이 아니냐는 불만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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