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워싱턴특파원 박요셉 기자 =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동부 샌버나디노에서 총기를 난사해 14명을 죽게 한 총격테러범이 미국에 오기 전부터 과격화된 것으로 확인되며 미국 이민 심사 과정의 허점을 드러냈다.
폭스뉴스는 13일(현지시간) 수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 타시핀 말리크(27)가 파키스탄에서 미국으로 이민 오기 이전에 소셜미디어에 성전(지하드, Jihad)을 지지하며 성전의 일부가 되고 싶다는 글을 올린 게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말리크가 미국 이민 이전에 성전을 벌이겠다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지만 3번의 신원조회에서 한 번도 걸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테러범이 미국으로 이주한 뒤 과격해졌다는 기존의 추측과는 다른 것이다.
파키스탄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주로 생활한 말리크는 미국인인 사이드 파룩(28)과 결혼하기 위해 약혼비자(K-1)를 받아 지난해 7월 미국에 들어왔다. 약혼비자는 미국 시민과 결혼해서 미국에 살려는 남성, 여성에게 발급하는 비자로서 미국에 도착한 후 90일 내에 결혼을 해야 한다
말리크는 미국 이민과 영주권 신청 과정에서 미국 당국으로부터 세 차례 신원조회를 받았지만 그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은 확인되지 않았다.
먼저 국토안보부 공무원들이 사법당국 및 국가안보 데이터베이스에서 그녀의 이름을 조회했고, 이어 비자 발급 과정에서 국무부가 그녀의 지문을 또 다른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했다. 미국에서 결혼한 뒤 영주권을 신청했을 때에도 신원 확인 절차가 뒤따랐다.
미국 이민 당국은 말리크와 두 번이나 직접 인터뷰도 했다. 이민 과정에서 파키스탄에 있는 미국 영사관의 직원과 인터뷰했고, 영주권 신청 때도 직접 인터뷰가 있었다.
하지만 3번의 신원조회와 두 번의 인터뷰에서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확인하는 절차는 거치지 않았다. 폭스뉴스는 미국 입국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소셜미디어에 오른 글이 확인됐더라면 말리크의 입국은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허점을 지적했다.
미국은 말리크의 범행 이후 지난 2년 동안 K-1 비자를 받아 입국한 9만 명의 서류를 다시 살펴보고 있으며, 허점을 보완하는 조치가 이뤄지기 이전에는 K-1 비자 발급을 중단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약혼비자에 대한 정치권의 논란이 이어지는 중이다. 지난 6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약혼비자에 대한 재검토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테드 크루즈는 “약혼비자를 없애겠다”는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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