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전기차의 에너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올릴 수 있는 핵심부품기술을 개발, 국내 전문기업에 이전된다.
한국전기연구원(KERI)은 14일 메이플세미컨덕터와 ‘탄화규소(SiC) 전력반도체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기술료는 착수기술료 11억5500만원에 향후 추가로 매출액 대비 런닝 로열티를 받는 조건으로 전력반도체 분야에서는 최대 규모다.메이플세미컨덕터는 향후 이 기술이 양산화되면 연간 국내매출만 500억원 이상, 해외 매출액은 약 1500억원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력 반도체는 전압과 전류를 조절하는 반도체로,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가 인체의 두뇌에 해당한다면 전력반도체는 일을 하는 근육에 해당한다. 전력이 크게 필요할수록 시스템의 경량화‧소규모화가 중요한 분야일수록 효율적인 전력반도체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탄화규소 전력반도체가 전기 자동차 분야의 핵심 부품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탄화규소 전력반도체 세계시장 규모는 2014년 기준으로 1억4600만달러(약 1670억원) 규모이지만 고속 성장으로 2020년에는 10억9500만달러(약 1조259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응용분야 중에서도 자동차용(HEV·EV) 성장 속도가 가장 빨라 2020년에는 자동차용 세계시장 규모는 2억7100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용 핵심부품으로 탄화규소 전력반도체가 주목받고 있는 것은 탄화규소의 경우 물성이 좋아 기존 실리콘 반도체에 비하여 전력을 덜 사용하고, 열도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기차에 이를 적용하면 반도체 자체도 고효율일 뿐 아니라 열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냉각장치의 무게와 부피까지 줄일 수 있어 연비(에너지효율)를 크게 올릴 수 있다.
기술을 이전받은 메이플세미컨덕터의 박용포 대표 역시 탄화규소 전력반도체를 전기자동차용 반도체의 주역으로 보고, 양산화를 준비하고 있다. 탄화규소 전력반도체는 현재 실리콘(규소) 반도체가 장악 하고 있는 연간 18조원 규모의 세계 전력 반도체 시장에 진입하는 단계에 불과하지만, 일본 등 선진 자동차업계는 이미 탄화규소 전력반도체에 주목해 1990년대부터 연구를 진행해왔다.
특히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있는 도요타는 프리우스 3세대 모델에 탄화규소 전력반도체를 채용하여 전체 연비를 5% 향상시킨 바 있으며 5년 안에 연비(에너지효율)를 10% 이상 향상시킨 전기차를 양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기술 이전에는 미국, 프랑스 등에서만 가능하던 전력반도체 제조의 핵심기술인 고온 이온주입 기술, 칩면적과 전력소모를 크게 줄인 다이오드 기술, 고전압 트랜지스터(MOSFET) 기술 등 그간 전기연이 축적해온 전력반도체 관련 기술이 집약돼 있다.
국내 기술로 전력반도체 제조 원천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던 데에는 전기연구원에 16년간 외길로 매진해 온 연구팀(전력반도체연구센터)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미래창조과학부는 설명했다. 전기연은 출연연 원천기술연구의 일환으로 1999년부터 전력 반도체 관련 과제를 수행해왔다. 10여 년의 연구에도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지만 탄화규소 반도체 연구를 중단하지 않고 2012년부터 연간 20억원씩 적극 지원한 전략이 결실을 맺었다.
김남균 전기연 전력반도체연구센터 센터장은 “그간 연구중단 위기가 여러 차례 있었다. 출연연이었기에 가능했던 16년이었다” 면서 “장기 원천 연구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지속적인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하며 전력반도체 연구 분야의 세계 1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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