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성형에 멍드는 K-메디] 수술의사 바꿔치기…환자 속이는 '대리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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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15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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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조현미·한지연 기자 = "한국 성형외과에서 '유령의사(섀도닥터·Shadow Doctor)'를 통한 대리수술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4월 성형외과 개원의 단체인 대한성형외과의사회가 국민 앞에 양심 고백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자체 조사를 통해 일부 성형외과의 대리수술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대리수술의 방식은 간단하다. 성형외과는 우선 돈을 들여 광고와 TV 출연 등을 통해 '유명의사' '스타의사'를 만든다. 환자가 유명의사를 믿고 병원에 찾아오면 이 의사를 내세워 상담을 한다. 수술도 직접 할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막상 수술날이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유명의사는 환자가 수술실에 들어가서 전신마취가 되기 전까지 환자 옆에 있다가 환자가 마취약 때문에 잠들면 다른 환자를 상담하러 수술실을 나온다.

수술은 유령의사로 불리는 대리의사가 들어와서 한다. 그러나 수술이 모두 끝난 후에는 다시 유명의사가 수술 결과 등을 알려준다. 상담 때부터 수술 이후까지의 전 과정에서 환자를 감쪽같이 속이는 것이다.

특히 대리의사는 대체로 경력이 짧은 초보의사인 경우가 많고 성형외과 비전문의, 심지어 간호조무사·의료기기 업체 직원 등 무자격자인 경우도 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대리수술로 인해 성형수술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가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오고 있다.

1년 전 강남의 A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수술을 받은 20대 여성은 얼굴이 무너지고 치열이 변형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겪고 있다.

이 환자는 "재수술을 위해 여러 대학병원을 전전한 결과 '절대 전문의가 한 수술로 볼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 30대 여성 역시 병원 홈페이지에서 본 대표원장에게 쌍꺼풀 수술받기로 했는데 수술 당일에는 다른 의사가 들어와 당황한 사례가 있다고 폭로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유령의사가 성형한 건수는 10만건에 달한다. 그러나 환자가 마취한 상태에서 수술이 이뤄져 적발이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시민모임과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3월 섀도닥터 수술로 인한 피해사례를 접수받기 위해 유령수술감시운동본부를 설치했다.

본부는 현재까지 피해 사례가 접수된 성형외과 5곳의 피해자 9명과 집단 민사소송 등 법정 대응을 할 방침이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회장은 "섀도닥터의 수술은 의료행위를 가장한 살인·상해 행위"라며 "환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사람이 이들의 신체를 칼로 절개하는 행위를 살인미수로 기소한 사례가 미국 뉴저지 대법원 판례에도 있다"고 지적했다.

성형외과의사회도 섀도닥터가 한국의료계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자정활동에 들어갔다. 대리수술 등 불법을 저지른 성형외과 전문의를 회원에서 제명하고, 법적 다툼에도 나서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강제로 수술을 금지할 수는 없어 일부 성형외과는 여전히 섀도닥터를 고용해 대리수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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