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내년에 차세대 시스템 도입과 함께 구조조정의 규모와 강도가 더욱 확대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직원들 사이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구조조정은 미국 본사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이어서, 내년 초 대규모 해고 사태를 피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14일 아주경제가 단독 입수한 AIG손보 노조와 스티븐 바넷 대표이사 간 이메일 내용을 살펴보면 최근 사측은 일부 마케팅 인텔리전스(MI) 직원들을 대상으로 퇴직 압박을 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 측은 바넷 대표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일부 MI 직원들을 대상으로 자행한 퇴직 압박 행위가 대표이사의 결정인지 특정 임원의 독단적인 결정인지 공식적으로 입장을 표명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바넷 대표는 답장을 보내 "앞으로 노사협의회를 통해 적절하고 공정하게 진행할 것을 약속드리고, 위원장과 먼저 의사소통하고, 협력하겠다"고 재차 약속했다.
결국 MI 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은 현재 일시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바로 내년 초 차세대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상당수 직원들이 회사를 떠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AIG손보는 원스톱 업무 처리가 가능한 차세대 시스템을 450억~500억원을 들여 개발하고 있으며, 이 시스템은 빠르면 내년 1월 본격 도입될 예정이다. 차세대시스템 개발을 위해 각 부서에서 일부 인원이 외부로 파견된 상태다.
다만 상당수 직원들은 이 시스템에 대해 반신반의 하는 분위기이다. AIG손보 한 관계자는 "타 보험사가 이미 사용 중인 시스템에서 조금 업그레이드 된 수준으로 아는데 5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투입한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또 시스템 도입으로 일손이 줄어들게 되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은 불가피하게 됐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전체 계약직 직원들에게 계약 연장 불가 방침이 통보된 것으로 알고 있으며, 특정 부서의 계약직 직원은 이미 모두 퇴사한 상태"라며 "차세대시스템 도입을 앞두고 직원들 사이에서 기대감 보다는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고 전했다.
또 구조조정이 본사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어서, 노조도 마땅히 손을 쓸 수 없는 처지이다. 김원홍 노조위원장은 "회사 내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한 얘기가 돌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차세대 시스템 도입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구조조정이 단행된다 해도 본사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므로 한국지사에서 대응할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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