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성형, 치열한 '속도전'이 만든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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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1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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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12월 가능한 날짜는 24일 뿐이네요. 이날도 오전 7시 30분 타임만 가능하네요."

최근 수능을 마친 동생의 쌍커풀 성형수술을 알아봐주기 위해 강남 유명 성형외과 몇 군데 전화를 걸었더니 돌아온 대답이다. 한쪽에서는 성형수술을 받다 사망하거나 부작용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얘기를 듣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여전히 성형 열풍이다. 방학성형·수능성형·취업성형·결혼성형 등 각종 신조어도 난무하고 있다. 

성형이 대중화된 이유는 사회 분위기 탓이 크다. '보기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외쳤던 과거는 '얼굴이 곧 경쟁력'인 시대가 됐다. 한 구직사이트 통계에 따르면 기업 10곳 중 8곳은 채용시 지원자의 외모가 채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스펙이 조금 부족해도 외모가 뛰어나 합격시킨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채용담당자도 상당수다.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관련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을 불러왔다. 국내 성형시장 규모는 연간 약 5조원으로 세계 시장의 25%다. 성형외과 의사 수도 세계 8위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975년 22명이던 성형외과 전문의는 2010년 1450명으로 급증했다.

그러다보니 기술도 세계 최고다. 눈·코 부터 유방 및 안면골 재건술 등 한국은 세계가 인정하는 '아시아 성형허브'다. 성형을 위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인 성형 수요자 700만명 가운데 10%가 한국에서 수술을 받았다는 통계도 있다. 중국인이 한국에서 쓴 1인당 성형수술 비용은 2012년 기준 3만5000위안(약 630만원)이나 된다.

12월 대목을 앞둔 현재, 강남일대 성형외과는 한국 여성을 닮고 싶어하는 중국, 일본 관광객들로 넘쳐나고 있다. '뷰티한류'가 주요 출입처인 기자는 이 상황이 그렇게 달갑지 않다. 성형열풍을 보면서 온갖 금수저들이 난무한 사회에서 ‘외모’마저도 밀리고 싶지 않다는 청년들의 절박한 마음을 읽는다. 또 다른 한편으론 아름다움도 단기간에 쟁취할 수 있다는 한국인의 '속도전(速度戰)'이 만들어낸 괴물인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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