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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MC 기자회견에 참석한 재닛 옐런 연준 의장 [사진=미국 연방준비제도 트위터 ]
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 10년만에 제로 금리 시대가 막을 내림에 따라 앞으로 신흥국들은 긴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이미 유가 하락으로 직격탄을 맞은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일부 신흥국들은 이번 미국 기준금리 인상 조치로 경제 혹한을 맞이할 것이라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거의 10년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겠다고 밝히자 애초 예상했던 인상폭이라며 미국 시장은 침착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신흥국의 사정은 다르다. 캐피탈이코노믹스의 신흥 시장 담당 이코노미스트 닐 셰어링은 “신흥국 중 외채가 많은 브라질, 남아공, 말레이시아 등은 힘든 시기를 보낼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이코노미스트는 외채가 많은 신흥국 기업들에게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악재라고 지적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신흥국은 외화 채권 발행을 크게 늘렸으며 앞으로도 외채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신흥국 외화표시채권은 올해 3천450억 달러에서 내년 5천550억 달러로 늘어난다. 2017∼2019년에는 연간 평균 4천9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재정 수입을 원자재 수출에 대거 의존하는 국가들에 대한 우려가 크다. 유가 하락으로 이미 경제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사상 최악의 경기 침체와 정치 혼란을 겪는 브라질은 국제 신용평가회사 피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잇달아 국가 신용등급을 투기로 강등한 만큼 대규모 외화 유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원유 수출로 국가 재정의 90%를 충당하는 베네수엘라는 사실상 디폴트에 직면했고 전체 수출 가운데 에너지 수출이 70%에 이르는 러시아도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아울러 외환보유액이 적은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국가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외화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말레이시아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7월말 1000억 달러가 무너진 뒤 11월말 기준으로 946억 달러에 머물러 있다. 남아공은 달러 유출을 막기 위해 지난달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연 6.25%로 인상했으나 오는 2016년에 GDP대비 부채가 49%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외화 유출을 막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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