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영리병원 설립 제주에 첫 승인…시민단체 "공공의료 훼손" 반발

中 녹지그룹, 788억원 들여 병원 건설

유커 대상 피부·성형·건강검진 실시

시민단체 "의료민영화 도입 신호탄"

복지부 "우회투자 문제 안된다" 일축

[사진= 아이클릭아트]

아주경제 조현미·진순현·한지연 기자 = 정부가 외국계 영리병원의 국내 설립을 처음으로 승인했다. 시민·사회단체의 거센 반발 속에 이뤄진 결정이어서 실제 병원 운영까지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18일 제주특별자치도가 신청한 중국 녹지(綠地)그룹의 '녹지국제병원'의 설립을 승인하기로 결정했다고 20일 밝혔다.

녹지그룹의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녹지국제병원은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헬스케어타운에 778억원을 들여 2만8163㎡ 부지에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세워진다. 유커(중국인 관광객)를 주된 대상으로 피부관리, 미용성형, 건강검진 등을 실시한다.

영리병원은 의료인이나 의료법인이 설립해 비영리 기관으로 운영되는 다른 의료기관과 달리 병원 운영으로 생긴 수익금을 투자자가 회수할 수 있다.

정부는 외국인 투자 비율이 출자총액의 50% 이상인 외국계 영리병원을 제주도와 경제자유구역에 한해 허용했다. 건강보험의 적용을 포기할 경우 내국인도 이용할 수 있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절차에 맞춰 철저하고 신중하게 검토한 결과 설립을 승인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일각에서 의혹을 제기한 우회투자 부분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따져봤지만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사업계획서에 대한 승인 결정을 조만간 제주도에 통보할 예정이다. 제주도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개설 허가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아주경제 자료사진]

의료 관련 시민단체들은 녹지국제병원 설립 허용이 국내에 '영리병원'이 도입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리 의료법인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수익을 투자자들끼리 나눠 가질 수 있어 의료의 공공성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의료민영화 저지 및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는 "복지부가 영리병원을 승인한 것은 의료를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킨 행위로 공공의료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

비영리 국내 의료기관이 우회투자를 통해 '외국계 영리병원' 설립에 참여할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는 점도 지적했다. 제주도민운동본부 "영리병원은 외국 자본 50%만 유지한다면 내국인 지분 투자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전국에 외국계 영리병원이 우후죽순 생길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제주도를 시작으로 다른 경제자유구역에도 설립 신청이 잇따르면 의료의 상업화는 불보듯 뻔하다"며 "공공성·보장성 등 의료체계 전반에 혼란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