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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활수급자 80대 할머니 30년 모은 돈 1000만원 부산대 기부...'뭉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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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2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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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대 다니다 먼저 세상 떠난 딸 한(恨) 풀어주고 싶었어요..."

아주경제 부산 정하균 기자= 기초생활수급자로 어렵게 살아가는 80대 할머니가 부산대학교를 다니다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딸을 위해 1000만원을 장학금으로 써달라며 부산대에 기부해 훈훈함을 더하고 있다.

지난 14일 오전 9시. 한 할머니(81)가 작은 손가방을 들고 부산대 대학본관 1층 발전기금재단 사무실을 불쑥 찾아왔다.

그리고는 부산대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사용해달라며 들고 온 손가방 속에서 자신의 유언장과 함께 꾸깃꾸깃 뭉텅이로 된 현금 1000만원을 기부했다.

할머니에 따르면 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데다 딱히 친지도 없어 외동딸 하나만 키우며 의지하고 살아오던 중, 부산대 사범대 80학번 학생이었던 자신의 딸이 졸업을 한 학기만 남겨둔 4학년 1학기(1984년)에 갑자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버렸다.

금지옥엽 키워오던 외동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버리자 세상 어느 곳에도 의지할 곳이 없어진 할머니는 그때부터 30여년간을 떠나간 딸을 뼈에 사무치도록 그리워하고 가슴 아파하며 눈물로 살아왔다고 한다.

할머니는 그때부터 딸이 못다 이루고 간 학업의 한(恨)을 대신 풀어주겠다는 마음으로 장학금을 기부하기로 결심, 이후 파출부 생활과 기초생활수급으로 어렵게 살면서도 생활비와 용돈을 아껴가며 30여년 동안 한 푼씩 모은 돈 1000만원을 이날 부산대에 기부한 것이다.

게다가 할머니는 지난달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 거동조차 불편한 상황이 되자 이웃집 동(洞)대표에게 동행을 부탁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찾아온 것이다.

할머니는 "딸하고 살 때가 너무 행복했는데 아직도 갑작스럽게 떠나간 딸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고 내 탓인 것만 같다"며 "딸의 학업에 대한 한을 이제 대신 풀어준 것 같아 다행이지만 액수가 너무 적어서 학교에 미안할 뿐"이라며 자신의 기부를 외부에 알리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했다.

할머니는 이날 기부금 1000만원과 함께 본인이 2년 전 손수 작성해둔 유언장을 가져와 컴퓨터 글씨체로 다시 써달라는 부탁을 했다.

친척도 많지 않고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몰라 미리 작성해두고 있다는 할머니의 유언장에는 "(만약 내가) 고칠 수 없는 병이라면 아무런 의료조치도 하지 말아주세요. 그냥 그대로 가게 해주세요. 장례식은 연락할 사람도 올 사람도 없습니다. (…) 집 전세금이 조금이라도 남는다면 내가 신세진 동사무소 복지과에 기증하고 싶습니다. 내가 사랑하던 사람들 모두 감사합니다"라고 돼 있었다.

부산대 발전기금재단 관계자는 "할머니에게 학교에서 준비한 각종 고마움의 사은품과 여러 가지 예우를 해드리려 했으나 할머니는 한사코 마다하고 '알리지 말아달라'는 부탁만 되풀이하고 돌아갔다"며 "그 할머니가 누구인지는 밝힐 수 없지만 애틋한 할머니의 마음과 나눔 정신은 널리 알려져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 훌륭한 귀감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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