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래 OK시골 대표(시인)
내 가난한 집 추녀 끝에선
오늘도 영하의 바람이 분다
이렇게 추운 날엔 시베리아 들판
맨살로 선 자작나무숲이 보고 싶다
눈 내리는 그 곳에 가 살고 싶다
유리 지바고가 사랑했던 라라를
올 리 없는 그녀를 평생처럼 기다리다
창밖으로 또 눈이 오고 눈이 쌓이고
벽난로 가득 장작불을 피고
늦도록 널 기다리다 보면
삭정이 타는 소리 간간한 불내음
책장 먼지를 털어 카프카를 찾아 졸다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 잔 보드카 한 모금
겨울은 그렇게 동굴만큼 깊어지고
기다림은 간혹 습관이 되고
그러다 그러다… 그러다
눈이 녹는 대지에서 나는 보았네
노랗게 피는 들꽃과 자작나무 은빛 잎사귀
모두 물결인 것을
사철 하얗게 비늘을 벗는 자작나무숲에서
그처럼 살다가 늙다가
추워지면 난 자작나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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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가에 심은 자작나무 몇 그루가 눈을 맞고 있다. 심은 지 몇 년 안 되었는데도 제법 나무 티를 내 운치가 느껴진다. 이런 날 영화 닥터지바고가 생각난다. 자작나무숲에 통나무집을 짓고 벽난로 가득 장작을 지피고 커피를 마시고... 그러다 또 올리도 없는 누군가를 기다려 살다, 봄이 오는 들판에 노랗게 꽃이 피는 날들을 살아보고 싶다.

겨울나기 [사진=김경래 OK시골 대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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