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오는 23일을 마지막으로 올해의 삼성그룹 수요 사장단협의회, 일명 사장단 회의가 마무리 된다.
사장단회의는 매주 수요일 오전 8시마다 정해진 주제에 걸맞은 저명인사나 전문가가 초빙돼 삼성 각 계열사 사장 50여명에게 강의 메시지를 전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사장단 회의는 직접적인 경영 의사결정을 내리는 기구는 아니지만, 삼성 최고경영진(CEO)들의 관심이나 현재 삼성이 처한 대내외적인 환경이 상당 부분 반영된 주제가 매주 새로 정해진다는 점에서 삼성 내부는 물론 재계의 관심을 받아왔다.
올 한 해 삼성 사장단 회의 주제로는 ‘인문학’과 ‘IT·과학기술’ 분야가 주를 이뤘다.
21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올해의 첫 사장단 회의와 마지막 회의를 장식하는 인문학 관련 강의는 15회로 총 48회의 강의 중 약 30%를 차지했고, IT·과학기술 분야는 13회로 27%에 달했다. 두 분야를 합치면 절반 이상의 비율인 것이다.
이 같은 결과에는 계속되는 미래 먹거리에 대한 삼성의 절실함이 담겨있다. 인문학 강의는 사고력과 창의력을 근간으로 하는 학문이며, 동시에 생명과학·인공지능 등을 다루는 과학 기술 분야는 바이오 사업 등 삼성이 공들이고 있는 신사업과 직결되는 분야다.
인문학 강의는 매달 사장단 회의 주제에 빠지지 않았다. 지난해 단 4회에 그친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지난 1월 7일 송호근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의 ‘2015년 한국 사회 키워드’ 강의를 시작으로, 3월 4일 김상근 연세대학교 신학과 교수의 ‘마키아벨리,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현자’, 4월 29일 김수영 한양여자대학교 문예창작과 ‘행복한 공동체의 조건’ 등 인문학 강의가 올 한해 이어졌다.
오는 23일 열리는 올해의 마지막 수요 사장단 회의 역시 정호승 시인의 ‘내 인상의 힘이 돼 주는 시’라는 인문학 강의로 마무리된다.
미래먹거리 사업에 대한 고심이 담겨있는 과학기술 분야는 강의는 2월 25일 전동수 당시 삼성SDS 사장(현 삼성전자 의료기기 사업부장 사장)의 ‘그룹 IT체계 혁신 방안’, 3월 18일 송기원 연세대학교 생명공학과 교수 ‘생명과학과 인간의 미래’, 4월 22일 김대식 KAIST ‘뇌 과학과 인공지능의 기회와 리스크’ 등이 진행됐다.
최근에는 권영근 연세대학교 생화학과 교수의 ‘바이오 산업 전망과 미래 비전’ 강의 등 삼성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고 있는 바이오산업에 대한 강의도 이뤄졌다. 삼성그룹은 현재 바이오와 사물인터넷, 스마트카 등을 미래 산업으로 보고 있다.
그 외에도 경제·경영 분야 강의는 9회 진행됐다. 지난해 경영학 관련 강의가 24회 이뤄졌던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또 총 6회의 국제 현안 및 정세 관련 분야 강의도 실시돼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매주 정해지는 주제는 특정한 패턴이 있는 것은 아니고 그 당시 경영진이 알아두면 좋을만한 지식, 사회적 트렌드 등을 고루 종합해 시의적절하게 정해진다”며 “내년도 첫 사장단 회의는 1월 13일로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강사는 외부인사가 대다수였다. 내부 인사로는 전동수 당시 삼성 SDS 사장, 백재봉 삼성안전환경연구소 부사장, 손영권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 사장 등 단 3명에 그쳤다.
2011년에는 무려 17명의 삼성 내부 인사가 강연했고 2012년과 2013년에는 각각 7명이었지만 지난해는 2명, 올해는 3명뿐이다. 내부보다는 점차 각 계 각 층의 다양한 외부 목소리에 귀를 열겠다는 삼성의 메시지가 담겨있는 부분이다.
수요 사장단회의는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 회장 때부터 시작된 ‘수요회’를 모태로 한다. 이후 지난 2008년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 의혹 폭로로 전략기획실이 해체되면서 ‘사장단 협의회’가 삼성그룹의 공통 관심사를 논의하는 유일한 기구가 됐으며 오늘날의 수요 사장단회의로 자리 잡았다.
올해 기준 수요 사장단 회의 참석대상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단은 53명이며, 내년에는 52명으로 줄어든다. 오너일가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사장, 이서현 삼성물산패션사업부문장 사장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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