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스페인 총선에서 예상을 뒤엎고 신생 정당이 약진하면서 40년 만에 양당 체제가 무너졌다. 좌파·우파 신생정당까지 포함, 4당 체제로 개편되면서 다양한 방식의 연립정부 구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엘파이스, 엘코레오 등 현지 언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스페인 총선의 개표 결과 좌파 신생 정당인 포데모스(Podemos)와 중도 우파 신생 정당인 시우다다노스(Ciudadanos)가 하원에서 각각 69석과 40석을 차지했다. 양 당은 정원 350석인 하원에 처음으로 진출했다.
그간 양당 체제를 구성해온 중도 우파 집권 국민당(PP)과 중도 좌파 제1야당 사회노동당(PSOE·사회당)은 각각 123석과 90석을 얻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국민당과 사회당의 현재 의석수는 각각 186석·110석이다. 지난 1975년 프랑코 총통 사망 이후 40여 년간 이어진 국민당·사회당 간 양당 체제가 무너진 셈이다.
통상 선거가 끝나면 다수당의 대표가 총리가 되지만 이날 총선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차기 총리를 점치기 어려웠다. 스페인 헌법에서는 총선 후 내각 출범 시한을 정해두고 있지 않아 앞으로 연정 구성 등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현재 상태라면 과반 의석을 확보한 정당이 없어 집권 국민당이 스스로 나서서 연립 정부를 구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파 성향인 국민당은 일단 좌파 정당의 집권을 적극 저지하고 있는 만큼 신생 정당 시우다다노스와 손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시우다다노스를 이끌고 있는 알베르트 리베라 대표는 앞서 "국민당이나 사회당과의 연립정부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입장 정리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또는 같은 좌파 성향을 가진 사회당과 포데모스가 손을 잡거나 새로 총선을 치를 가능성도 나온다.
사상 최초로 양당 체제가 무너지고 신생 정당이 인기를 끈 데는 경제 회복과 부정부패 논란, 카탈루냐주의 분리 독립 등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페인은 지난 2012년 7월 국제채권단의 구제금융을 요청할 정도로 경제적인 타격을 입었으나 강력한 긴축 정책을 통해 완만하게 경제 회복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높은 실업률과 빈부 격차 등으로 인해 국민의 체감 경기를 만족시키지는 못했다는 지적이다. 또 심각한 정치권의 부패 문제도 유권자들이 기성 정당에 등을 돌리고 신생 정당을 새로운 대안으로 찾게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제3야당으로 떠오른 포데모스는 긴축 완화와 빈부 격차 해소 관련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창당 4개월 만에 치러진 작년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득표율 8%를 얻으면서 정치 대안으로 부상했다. 카탈루냐주의 분리독립에 반대하면서 지난 2006년 만들어진 또 다른 신생 정당 시우다다노스는 부패 척격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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