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군득·김선국·신희강 기자 = 청와대가 지난 21일 경제부총리와 교육부총리를 포함한 중폭 개각을 단행하면서 관가가 뒤숭숭하다. 수장이 바뀐 부처나 남은 부처나 곳곳에서 한숨이 터져 나오고 있다.
수장이 바뀐 부처의 경우 외부 인사가 내정되며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고 바뀌지 않은 부처는 인사적체로 신음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기획재정부는 21일 유일호 전 국토부장관이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되자 상당히 침울한 분위기다. 유 내정자는 개각 발표 직후 기자들과의 첫 인터뷰에서 한국경제를 낙관적으로 보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유 내정자가 분위기 파악을 하지 못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정책방향이나 파악도 끝나지 않은 채 한국경제를 진단한다'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정부 말기에 거시경제 전문가 중 한분이 경제부총리에 오를 것으로 기대했다. 내년 한국경제가 위태롭기 때문에 정책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적임자라고 생각했다”며 “유 내정자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정치인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달고 온다. 깊이 있는 정책을 펼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유 내정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박근혜 정부 들어 두 번째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경제부총리가 탄생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확실한 ‘코드인사’라는 점에서 유 내정자의 행보에 주목이 갈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유 내정자는 민주한국당 총재 박정희 전 대통령 추모위 고문을 지낸 고(故)유치송 전 국회의원(5선)의 장남으로, 박 대통령 당선자 시절에는 비서실장으로 대를 이은 충성을 보여준 최측근이다.
게다가 KDI는 박 대통령 부친인 박 전 대통령이 만든 국책연구기관이라는 점에서 간접적인 인연이 깊다. 박 전 대통령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입안할 때 전문 경제연구소 필요성을 절감해 지난 1971년 3월 KDI를 설립했다.
정부 관계자는 “KDI가 국책연구소여서 정부 정책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고 심층 연구로 구체적인 정책 제언이 가능해 KDI 출신 선호도가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주형환 기재부 1차관이 장관으로 내정된 산업통상자원부는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내심 내부승진을 기대했던 눈치다. 주 차관 개인 능력은 탁월하지만 산업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최경환 라인의 보은격 인사라는 부분에서 반감이 커지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최경환 장관 성격상 후임자를 챙겨주는 점을 비춰봤을 때 산업부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라며 “과거 재정경제부 차관 출신이 산업부 장관으로 왔을 때도 재정부와 비교하는 등 직원들을 혹독히 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다만 기재부 출신이라는 점에서 부처 간 이견조율에 확실히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주 내정자 과거 이력 등도 고려했을 때 업무적으로는 산업부 장관으로 손색이 없을 것이라는 평가다.
반면 이번 개각에서 빠진 부처들도 마음 고생은 크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번 개각에서도 살아남으며 최장수 농식품부 장관 기록을 경신 중이다. 이미 지난달 6일 박흥수 전장관(2년7개월25일)을 제치고 역대 최장수 농림부장관에 이름을 올리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환경부 역시 윤성규 장관 연임 소식에 조용하다. 장수 장관의 장점인 정책 연속성은 환영할 일이지만 만연한 인사적체는 해결해야 한다는 게 환경부 직원들의 목소리다. 더구나 환경부는 윤 장관과 더불어 정연만 차관도 이번 박근혜 정부에서 교체되지 않은 유일한 차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 3년간 환경부 인사적체는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다. 장관 스타일에 맞지 않으면 바로 인사조치 된다.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외부로 나가는 일이 다반사”라며 “새 장관이 부임하면서 환기를 시켜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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