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국내 연구진이 마이크로파를 이용해 치매 등 퇴행성 신경계 질환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 섬유의 형성과 분자 구조를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국연구재단이 22일 밝혔다.
아밀로이드는 단백질이나 펩타이드 사슬이 비정상적으로 뭉쳐 생긴 섬유로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신경계 질환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아밀로이드 섬유의 분자구조 다양성은 세포 독성* 등의 생물학적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 구조 및 형성 메커니즘이 불분명하다.
세포 독성은 아밀로이드가 세포막과 반응해 세포의 기능을 저하시켜 세포사멸을 유발하는 특성을 말한다.
최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생체친화 생체소재(생체 내에서 면역 반응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생체 분자의 특성을 모사한 소재) 개발에는 단백질 섬유의 분자구조 제어 기술이 필수적이나 아직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엄길호 성균관대 교수, 권태윤 성균관대 연구교수, 이창영 울산과학기술원 교수 공동연구팀은 주파수가 높은 전자파인 마이크로파(microwave)를 펄스 형태로 만들었다. 이를 아밀로이드 섬유에 쪼이면 펄스의 조건에 따라 아밀로이드 단백질 섬유의 길이 및 나선형 구조가 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 펄스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큰 진폭을 내는 어떠한 양이 일정한 주기로 되풀이 되는 것을 말한다.
연구팀은 그 원인이 아밀로이드 섬유의 정전기적 특성에 있다는 것 또한 밝혀냈다. 마이크로 펄스가 전달한 열에너지가 아밀로이드 섬유 표면 전하의 특성을 변화시켜 다양한 모양으로 자라게 만든다는 것이다. 특히 열에너지는 아밀로이드 섬유의 두께 변화와 크게 연관이 있었다.
연구 결과는 아밀로이드 섬유의 분자구조의 다양성이 열에너지 상태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퇴행성 뇌신경계 질환 및 당뇨병 등의 발병 원인이 되는 아밀로이드 섬유의 형성 메커니즘을 간접적으로 제시했다.
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질병 발병의 원인이 되는 아밀로이드 섬유의 분자구조 다양성 형성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며 "향후 연구를 통해 아밀로이드 섬유의 형성을 지연시키는 메커니즘을 제시해 질병치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권 박사는 “ 마이크로파 기반 합성 기술을 이용하면 획기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합성 조건에 따라 단백질 섬유의 분자구조를 제어할 수 있어 향후 단백질 기반 생체 섬유 소재 개발에 매우 중요한 설계 기법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공학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 (Scientific Reports) 지난달 23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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