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해도 올 시즌 KIA의 공격력은 처참한 수준이었다. 팀 타율은 0.251로 압도적으로 리그 꼴찌를 차지했고(9위 LG 0.269), 득점(648점), 볼넷(454개), 장타율, 출루율, OPS 모두 리그 최하위에 위치했다. 심지어 신생팀 KT 위즈도 KIA보다 훨씬 강력한 공격력을 선보였다.
선수 면면을 보면 더 심각하다. 김기태 감독은 시즌 중 무려 34명의 야수를 기용했는데 그 중 3할 타자는 외국인 선수 브렛 필(0.325) 밖에 없었다. 필은 홀로 기아 타선을 이끌며 22홈런 101타점을 생산해냈다. 이범호는 타율 0.270에 28홈런을 때려냈지만 79타점 밖에 올리지 못한 ‘공갈포’에 가까웠다. ‘부상만 아니면 리그 정상급 타자’ 김주찬은 98경기에 나와 18홈런, 62타점, 타율 0.327을 기록했으나 역시나 부상을 당해 팀에 큰 도움을 주진 못했다.
올 시즌 KIA에서 50타점 이상을 올린 선수는 이 세 명에 불과했다. 나지완은 부상 여파로 인해 타율 0.253, 7홈런 31타점에 그쳤고, 그를 계속 믿고 기용했던 김기태 감독은 팬들에게 ‘나지완에게 약점을 잡힌게 아니냐’는 비아냥을 들어야했다. 김다원, 김호령 등 김기태 감독이 믿고 기용한 신예들은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타격에서는 신통치 않았다.
김기태 감독은 고질적인 뒷물 불안을 막기 위해 90억의 사나이 윤석민을 마무리로 돌리는 초강수를 뒀는데 가성비를 고려해 보면 사실상 실패였다. 그는 2승 6패 30세이브, 방어율 2.96을 기록하며 표면상으로는 리그 최고의 마무리 중 하나로 보였지만 리그 최다인 8블론을 기록하며 팀의 승리를 여러 차례 날려 먹었다. 몸값에 걸맞은 활약은 아니었다. 그나마 KIA 불펜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공짜로 얻은 최영필과 한화에서 이적한 김광수가 각각 10홀드, 8홀드 씩을 거두며 버텨준 것이다.
다음 시즌 KIA의 최대 강점은 선발진이 될 것이다. KIA가 내년 시즌을 대비해 계약한 두 명의 거물 외국인 투수 헥터 노에시, 지크 스프루일은 올해 다시 선발로 전환하는 윤석민, 에이스 양현종과 함께 리그 최강의 선발진을 구축한다.
하지만 불펜과 타선은 아직 답이 없다. 김기태 감독은 윤석민을 대체할 마무리 투수를 찾는데 혈안이 돼있다. 빠른 공을 던지는 한승혁과 좌완 심동섭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확실히 정해진 건 없다. 최희섭이 은퇴한 가운데 필과 이범호 만으로는 타선을 꾸리기 어렵다. 김 감독은 나지완이 살아나고, 김주찬이 건강하며 젊은 타자들이 빠르게 성장하길 간절히 바랄 것이다.
그리고 성적과 관계없이 KIA 팬들에게는 눈물겨운 그 이름이 돌아왔다. 무려 3번의 수술과 4년의 재활을 거쳐 한기주가 다시 마운드에 오른 것이다. 올 시즌 7경기에 나와 몸을 푼 한기주는 내년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팀에 도움이 될 예정이다. 그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골수 KIA 팬들은 다음 시즌이 기다려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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