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일본의 금성 탐사선 ‘아카쓰키’(あかつき·새벽)가 지난 7일 금성 궤도 진입에 성공했습니다. 아카쓰키가 처음으로 금성 궤도 투입을 시도한 지 5년 만에 이룬 쾌거입니다. 일본은 달이나 소행성 이외의 행성 탐사에 지금까지 성공한 적이 없었습니다. 일본은 옛 소련, 미국, 유럽에 이어 금성 탐사에 성공한 네 번째 나라가 됐습니다.
일본 가고시마(鹿兒島) 현 다네가시마(種子島) 우주센터에서 쏘아 올린 아카쓰키는 2010년 12월 금성 궤도에 진입하기 직전 주 엔진이 갑작스럽게 고장 나 궤도 진입에 실패했습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이후 아카쓰키의 금성 궤도 진입 재시도를 위해 태양 궤도를 돌리면서 재도전을 준비해왔습니다. 궤도 투입 시기를 저울질하던 JAXA는 지난 1월 “아카쓰키가 올 12월 초 금성 주변을 도는 궤도 도입에 재도전한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금성에서 1억3400만km 떨어진 곳에 있던 아카쓰키는 하루에 약 40만km씩 거리를 좁혀갔습니다.
4년 반 정도로 설계된 아카쓰키는 남은 연료도 적어 이번이 마지막 기회였습니다. 궤도 진입을 위해서는 속도를 떨어트리는 것이 관건입니다. JAXA는 금성 상공 약 500km에 도달한 아카쓰키의 감속을 위해 소형 엔진 4기를 20분28초간 분사시켜 금성 궤도 진입에 성공했습니다. 아카쓰키는 금성의 기상관측 임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최대 고도 약 30만km의 가늘고 긴 타원형 금성 궤도를 돌면서 2년 동안 관측 활동에 돌입합니다.
일본을 비롯한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의 우주를 향한 도전은 더욱 과감해 지고 있습니다. 우주탐사 무한경쟁이라고 부를 만합니다. 우주선진국인 미국과 유럽은 말할 것도 없지요. 유럽과 러시아는 10억유로(약 1조2821억7000만원)를 들여 화성탐사 프로젝트 ‘엑소마스’(ExoMars)를 공동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쯤에서 궁금해집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정부는 한국형발사체를 통해 2020년까지 무인 궤도선과 착륙선, 탐사로버를 독자 기술로 보내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를 위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은 내년부터 2018년 말까지 1978억원을 들여 시험용 달 궤도선 1기를 발사하는 달탐사 1단계 사업을 시작합니다. 한국형 발사체 개발사업에는 1조9572억원이 투입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월 미국 순방 기간에 미국항공우주국 나사(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를 방문, 우주탐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우주 탐사기술 개발을 우주선진국보다 약 30년 늦게 시작했습니다. 출발점이 다른 선진국과 단순 비교를 하긴 어렵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정책이 샛길로 새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우주개발 정책을 추진하는 행정조직이 분산돼 있다는 점입니다. 우주개발사업 추진을 위한 의사결정 관련 조직이 부처별로 퍼져있어 연계성이 미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주개발에 대한 의식 자체가 부족하다고 혀를 차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우주선진국의 현 성과는 단기간에 이뤄진 것이 아닙니다. 우주개발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 이벤트성 성과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내년 예산에는 당초 정부안보다 100억원 증액된 200억원의 예산이 확정됐지만 지난해에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달탐사 사업 2015년 예산 410억8000만원이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전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의 달 탐사 예산은 이른바 ‘쪽지예산’"이라며 "특히 1단계 계획인 2017년 12월 시험용 달 궤도선 발사는 차기 대선을 앞둔 ‘정치 이벤트’"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우주개발 관련 전문가가 참여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주로 항우연 전문가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기획 수립 단계에서 개방성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말합니다. 발사체의 경우 항우연과 국방과학연구소, 위성체는 항우연과 카이스트 인공위성연구센터로 전문가 풀이 넓지 못하다는 지적도 곱씹어 봐야 합니다.
우주산업 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거대한 목표일수록 결과는 더디게 나올 수 있습니다. 우주선진국이 되는 길. 당장은 세계가, 국민이 알아주지 않아도 얼마만큼 구메구메 꾸준히 공을 들이느냐에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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