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정보유출 사태의 여파가 있던 지난해보다도 올해 실적은 더욱 곤두박질쳤다. 타카드사들과는 상반된 행보다.
사실상 국내 유통시장에서 막강 파워를 자랑하는 롯데그룹이 금융사업에서는 이렇다 할 힘조차 쓰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내년 카드업계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점쳐지다보니, 업계는 채 사장의 문책성 인사를 조심스레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상반된 시각도 있다. 롯데그룹 내에서 채 사장이 차지하는 비중 때문이다. 사실상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 중 한명으로 꼽히며, 그룹의 핵심 인물로 수십년간 자리잡아온 채 사장이기 때문에 문책성 인사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역대급 악재에 휘청 … 2년째 내리막 길
롯데카드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대비 11.2%나 감소한 1209억원, 당기순익도 지난해 상반기 대비 10% 가량 줄어든 902억원이었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에 전국을 뒤흔든 카드 3사의 대규모 정보유출 악재로 롯데카드는 KB국민카드·NH농협카드와 함께 1억여 건의 고객 정보 유출로 2014년 2월부터 3개월간 영업 정지까지 당한바 있다.
정작 역대급 악재를 맞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올 상반기 실적은 더 안좋아졌다. KB국민카드·NH농협카드와 완전히 대비되는 양상이다.
지난 2월 정보유출 사태 수습차원서 부임한 채정병 사장의 실적은 말 그대로 초라한 수준이다. 남은 임기가 이제 2개월 남은 상황에서 실적 회복은 사실상 힘들 전망이다.
시장점유율은 7.5%로 신한·삼성·KB국민·현대카드 등 상위 4개 전업카드사와 여전히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실적 악화의 중심에 선 채정병 사장이 내년에 연임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카드업계 모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실적으로만 보면 사실상 문책성 인사가 불보듯 뻔하다”며 “구원투수의 개념으로 악재를 풀기 위해 부임했지만, 롯데카드가 국내 카드시장에서 차지하는 포지션은 계속해 추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룹 내 ‘빅5’ … 여전히 신동빈 회장 신임 두터워
정보유출 사태 직후인 지난해 2월 채정병 사장이 롯데카드로 부임한 것은, 그가 그룹 내 핵심인물이기 때문이다. 신동빈 회장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는 채 사장이 위기에 몰린 롯데그룹의 카드사업을 본 궤도에 올리기 위해 투입됐다는 게 그룹 내 평가다.
1981년 롯데그룹에 입사한 채 사장은 그룹 경영지원실 임원을 지내고, 계열사인 푸드스타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이후 2004년부터 2014년 2월까지 롯데정책본부 지원실장(사장)을 맡았다.
롯데정책본부는 그룹내 최고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신동빈 회장도 롯데정책본부장을 역임한 후 그룹의 실세로 자리잡았고, 이 자리는 그동안 신동빈 회장의 가신들이 대대로 맡아왔다. 특히 지원실과 운영실은 본부 내 최고 조직이다. 재무와 관련된 업무를 전반적으로 맡고 있는 지원실의 수장으로 10년 가까이 지낸 채 사장은 사실상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그룹 내에서는 이인원 부회장(롯데정책본부장), 황각규 대표(롯데쇼핑), 노병룡 대표(롯데물산), 소진세 사장(롯데그룹 대외협력 및 커뮤니케이션실장)에 이어 채정병 사장이 권력의 중심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롯데그룹 금융사업의 최대 악재인 정보유출 사건 이후, 신동빈 회장이 직접 구원 투수의 개념으로 채정병 사장을 롯데카드에 보냈다는 후문이다. 그룹 내부에서는 “말만 구원투수지, 핵심 계열사(유통)가 아닌 금융 계열사로 갔기 때문에 중심 세력에서 밀렸다”는 말도 있긴 했지만, 이후에도 여전히 그룹 내에서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올해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을 때도, 그룹 내 핵심 인물들과 함께 신 회장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해왔다.
특히 경영권 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처한만큼 롯데그룹이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를 유임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채 사장의 자리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시각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로 롯데면세점, 대홍기획 정도만 인사가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28일 이사회를 열고 29일 인사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경영 악화가 점쳐지는 카드업계 분위기 상, 실적 악화는 곧바로 문책성 인사로 이어지는 것이 당연하다"며 "하지만 강력한 오너 경영 체제를 가진 롯데이다보니 채정병 사장의 유임에 무게가 쏠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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