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LP로 듣는 음악의 감동, 언제 느껴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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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2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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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잘 다니던 종로의 음악다방을 다니던 시절을 떠올릴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어제 라디오 듣다가 노래가 갑자기 튄 것 같던데 방송사고 난 것 아닌가요?”.

“고등학교 때 빽판으로 사서 들었던 마이클 잭슨의 ‘빌리 진’, LP로 듣고 싶어서 신청합니다.”

이종성 PBC-FM ‘음악, 삶을 만나다’DJ 겸 음악칼럼니스트 = 2년째 DJ를 맡고 있는 한 방송사 라디오 심야 음악 프로그램에 보내온 청취자들의 사연이다. 위 이야기를 보고 “첨단 디지털 시대에 왜 라디오에서 LP로 음악을 틀어!”라고 의아해하거나 고개를 갸우뚱할 사람들이 더 많을 것 같다.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고음질을 갈망하는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사운드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LP로 지금 진행하고 있는 음악 프로그램에서 일주일 중 하루 전곡을 내보내고 있다. CD나 디지털 음원이 아닌 LP에서 노래를 라디오 전파를 통해 내보자는 생각은 1년 전 봄철 프로그램 개편 전 담당 프로듀서와의 사소한 대화로 시작되었다. (물론 방송 시스템상 아날로그 음원이 디지털로 변환되어 송출되고 있다.)

2010년대 들어서 6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옛 추억을 향유하고 아날로그 감성으로 충만한 ‘복고 코드’가 대중문화의 주요 트렌드가 되었고, 특히 우리 음악시장에서 LP를 사서 듣는 사람들이 여러 세대에 걸쳐 급속도로 광범위하게 증가하는 현상으로 이어지자 음악 프로그램에 접목을 시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더욱이 서울만 하더라도 중고 및 새 LP를 꾸준하게 취급해 온 청계천, 회현상가, 용산의 오프라인매장에는 오랜 단골손님 이외에도 새로운 고객들이 계속 늘어났고, 홍대를 비롯한 서울 지역에도 중고 및 신상 LP를 판매하는 전문매장들도 차츰 많아졌다. 신상 및 중고 LP를 판매하는 여러 온라인 매장의 경우, 꾸준히 매출 신장세를 거두었다. 한편 DJ 박스를 두고 LP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전문 카페(감상실)들도 ‘복고 열풍’에 힘입어 전국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가요, 팝, 클래식 등 여러 장르의 중고 및 새 음반들이 LP로 발매되고 ‘추억의 음악다방’이 여럿 생기는 현실 속에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라디오 전파를 통해 ‘LP로 전해지는 음악들’을 함께 즐길 수 있으면 어떨까 하는 공감대가 제작진들에게 형성되었고, 결국 ‘LP로 듣다’란 코너를 기획해서 1년 동안 방송을 통해 청취자들과 만나고 있다.

비틀즈, 마이클 잭슨, 이글즈, 아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스티비 원더, 빌리 조엘, 엘튼 존, 데이브 브루벡 쿼텟 등 전설적인 해외 팝 아티스트들은 물론 트윈폴리오, 양희은, 산울림, 조용필, 들국화, 이승철, 이승환, 유재하, 김광석 등 국내 음악인에 이르기 까기 그들이 남긴 ‘위대한 음악 유산’들을 LP로 전하는 한순간 한순간이 벅찬 감동으로 항상 다가서 왔다.

무엇보다 LP로 음악을 송출하던 시절, 당시 활동했던 여러 프로듀서와 DJ들의 손길이 느껴지는 방송사 자료실 보관 LP들이 턴테이블 위에서 한 곡 한 곡 음원으로 변환된 후, 첨단 스마트폰 라디오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한국은 물론 해외에 있는 청취자들에게 LP의 투박하면서도 정겨운 소리로 전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계속 흐뭇한 마음으로 즐기고 있다.

사실 방송사 자료실에 데이터베이스로 저장된 음원 파일을 손쉽게 불러와 깨끗한 음질의 노래를 청취자들에게 들려주는 편리함을 마다한 채, 노래 도입부를 잘 맞추어야만 하는 세밀함을 넘어 번거로움으로 가득한 ‘LP 작업’은 제작진에게 미안한 마음마저 갖게 만든다. 더불어 LP로 음악을 전부 내보내야 했던 시대 프로그램에 임했던 선배 DJ와 프로듀서분들의 모습을 자주 떠올렸고, 좋은 음악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을 그분들이 남긴 흔적에 감사할 따름이다.

한때는 LP를 구입하고 여러 FM 프로그램에서 LP로 흘러나오던 노래들을 듣고 성장한 한 음악 팬이었고, 지금은 한 방송사 라디오의 심야 시간대 DJ로서 청취자를 만나는 위치에 있다. 이제는 내가 전하는 노래들이 어느 누군가에겐 잊고 지냈던 옛 추억을 다시 떠올리게 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잊지 못할 순간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LP로 듣는 음악의 감동’을 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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