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이하 총선)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2016년 4·13 총선을 시작으로, 2017년 19대 대통령선거(대선), 2018년 제7대 전국동시지방선거(지방선거) 등이 잇따라 열린다. 특히 차기 총선은 절차적 민주주의의 산물인 '87년 체제', 외환위기를 초래한 '97년 체제' 이후 새로운 질서를 가늠하는 이른바 '정초(定礎) 선거'가 될 전망이다. 고(故)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서거로 촉발된 민주화 시대의 역사 재평가작업과 맞물려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를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키는 국민이 쥐고 있다. <편집자 주>
호남은 20대 총선의 최대 관전 포인트 지역이다. 과거 몰표의 상징이었던 호남은 안철수발(發) 탈당으로 '제1야당이냐, 대안신당'이냐의 갈림길에 섰다. 실제 그랬다. 군부독재 시절 호남은 DJ(김대중 전 대통령)를 향한 비판적 지지로, '전략적 투표' 지역의 대명사로 불렸다. 1990년 3당 합당을 거치면서 여권 텃밭인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에 맞서 호남은 명실상부한 야권 성지로 부상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안철수발 탈당 이후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새 당명 더불어민주당), 안철수 신당, 천정배 신당(국민회의), 신민당, 박주선 신당 등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재편됐다. 호남 민심이 야권의 세력구도를 판가름할 중대 분수령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野 성지 '호남'은 변화 중…전략적 투표 어디로
28일 현재 호남지역 선거구는 광주 8곳을 비롯해 전남·북 각각 11곳이다. 19대 총선 당시 제1야당은 광주 6곳, 전남 10곳, 전북 9곳 등에서 승리했다. 당시 야권연대 대상이었던 통합진보당이 전남 1곳(순천곡성)과 전북 1곳(남원순창) 등 2곳에서 이겼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압승을 거둔 셈이다.
현재 야권분열의 진원지 '친노(친노무현) 대 호남' 구도의 시작을 알린 17대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은 호남 31곳 중 25곳(광주 7곳·전남 7곳·전북 11곳)을 석권하기도 했다.
18대 대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호남에 약한 고리를 가진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는 광주에서 92.0%(82만3737표)로, 박근혜 대통령(7.8%·6만9574표)을 크게 앞섰다.
전남에서도 '문재인 89.3%(103만8347표) vs 박근혜 11만6296표(10.0%)', 전북에서도 '문재인 86.3%(98만322표) vs 박근혜 13.2%(15만315표)' 등으로 문 후보가 대승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심상치 않은 변화가 감지됐다. 2014년 7·30 재·보궐선거 땐 이정현 당시 새누리당 후보가 전남 순천곡성에서 49.4%의 득표율로 광주 입성에 성공했다. 1988년 소선거구제 도입 이후 보수정당 후보로는 처음이다. 지난 4·29 광주 서구을 보궐선거 땐 천정배 무소속 후보가 52.4%를 기록하며 호남발 태풍을 일으켰다.
◆안철수發 태풍, 물갈이 등 인적쇄신이 결정
야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호남지역 관전 포인트는 △안풍(安風) 지속 가능성 △야권 일대일(제1야당 대 야권 신당) 구도 성사 여부 △제1야당과 야권 신당의 현역 물갈이 및 새 인물 수혈 등이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안풍의 지속 가능성이다. 이는 호남 민심의 전략적 투표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안풍이 '미풍이냐, 태풍이냐'에 따라 호남 민심이 한쪽에 몰표를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12월 셋째 주 차기 대선 양자구도(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서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41%로, 33%에 그친 문재인 대표를 제쳤다. 특히 호남에선 '안철수 48% vs 문재인 27%'로, 안 의원이 압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권은희 의원의 탈당으로 광주지역 현역 의원 총 8명 가운데 5명이 이탈, 광주 민심이 요동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통상적으로 호남 민심이 광주지역에서 시작해 전남·북으로 북상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1~2주가 범야권 지지층 결집의 1차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특히 광주·전남과 달리, 중부권 민심에 영향을 받은 전북조차 '비노(비노무현) 바람'이 불 경우 총선 이후 범야권의 창조적 파괴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범야권 경쟁구도에서 제1야당과 신당 중 어느 쪽이 우세하느냐, 특히 다당구도 여부나 현역 물갈이를 통한 혁신 경쟁 선점 등에 따라 호남 민심이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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