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김민기 서울의료원장 "4년간 병원 두배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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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3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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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의료 서비스 질적 개선위해선 과감한 투자 선행돼야"

김민기 서울의료원장이 24일 서울의료원 원장실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조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원장을 잘 만나야 되는 게 아니라 직원을 잘 만나야 됩니다”

김민기(51) 서울의료원장은 지난 4년간 성공적으로 진행된 서울의료원의 재건 비결을 이렇게 술회했다. 서울의료원을 지휘하는 동안 김 원장은 치열하게 고민했고, 과감하게 실행했다고 자평했다. 올해는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취임 후 가장 힘든 한해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서울의료원의 역할은 더욱 두드러졌다. 특히 최근에는 전국 지방의료원 중 최초로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지정을 받았다. 직원들 모두가 합심한 결과라는 게 김 원장의 생각이다.

◆ 4년 만에 병원 두배 키워

1994년 공공의로 서울의료원에 몸을 담기 시작한 김 원장은 2012년 의무부원장의 자리에서 의료원장의 직무대행을 맡았다. 서울의료원이 중랑구 신축 건물로 이전한지 1년도 채 안된 시점이다. 서울의료원은 새로운 도전을 해야 했다. 신축건물이 지어진 중랑구는 그야말로 불모지대였다. 주변에 주택도 거의 없었다. 이전 34년간 둥지를 틀었었던 강남구의 단골손님들은 접근성 탓에 점차 줄어갔다. 여기에 인근 지역 병원수는 갈 수록 늘어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

자생력 확보를 위한 김 원장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김 원장은 "초기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직원들의 월급조차도 걱정해야 할 판이었다"며 "하지만 서울의료원은 위기를 극복하고 지금은 지역에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린 상태"라고 말했다. 처음보다 수익도 거의 두배 이상 올랐다. 김 원장은 이러한 성과의 배경을 직원들의 공으로 돌렸다.

2012년 1월부터 서울의료원의 살림을 맡게 된 김 원장은 당시 막막했던 심정을 털어놨다. 김 원장은 "조직에 정식 원장이 없어서 책임지는 사람도 없는 상태였다"며 "운영에 대해 마땅히 상의할 곳도 없는데 2000억원이 넘는 재원을 투입한 서울시는 다그치기만 했다"고 말했다. 당시 서울의료원의 외래환자는 1000명 수준에 그쳐 도저히 운영이 불가능 할 지경이었다. 2012년 2월 업무보고를 위해 당시 김경호 서울시 복지건강실장(현 광진구 부구청장)을 만난 김 원장은 서울의료원이 유동성 위기에 처할 수 있음을 알렸다.

김 원장이 정식으로 원장에 부임하고 나서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조직문화 전반을 손보기로 마음먹었다. 김 원장은 "처음 1년 동안은 매주 회의를 했다"며 "조직원들이 서로 일을 떠넘기는 악습을 해소하기 위해 매뉴얼까지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지금은 많은 병원에서 적용하고 있는 포괄 간호 서비스가 바로 그 것이다. 간호사들의 업무영역이 구체화 되면서 조직의 효율성이 극대화됐다. 아울러 환자대비 간호 인력도 1대8 비율을 유지해 서비스의 질을 높여나갔다. 이런 것들이 하나하나 정착돼 성공의 징검다리가 됐다. 

◆자발적 조직문화로 이겨낸 메르스..."절실함이 만들어낸 결과물"

메르스 사태를 거치면서 서울의료원의 성장도 다시한번 확인됐다. 자발적 조직문화는 메르스 사태에서 더욱 빛이 났다. 조직원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묵묵히 메르스와의 사투를 벌였다. 김 원장은 "회의가 있을 때 몇 가지 의견만 건넨 것이 전부고 모든 건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알아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병원 조직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의사부터 간호사 그리고 행정직까지 전문성을 자부하는 다양한 집단이 모여 있는 곳이라서 각자의 주장이 매우 강하다"며 "하지만 메르스 사태를 거치는 동안 상대방을 보기 시작했다. 서로의 전문성을 확인했고 자연스럽게 단합으로 이어졌다"고 회상했다. 김 원장은 "내가 내린 지시가 아니라 직원들 본인의 능력을 믿기 때문에 이같은 단합은 지속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숱한 위기를 극복하며 서울의료원을 이끌어 온 김 원장이지만 그는 결코 몽상가가 아니었다. 장기와 단기로 나뉜 서울의료원의 발전계획은 철저했다. 발전의 속도를 섣불리 낙관하지도 낙심하지도 않았다. 기획실과 함께 시뮬레이션을 돌려 앞으로 5~7년까지 병원의 경영상황을 내다보고 있었다. 김 원장은 "앞으로 4년간 의료수익이 30%정도 성장할 것"이라면서도 "이것은 과거보다 보수적으로 잡은 수치"라고 덧붙였다. 과거에는 병실이 비어있어 성장의 여지가 많았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의료원은 현재 일반병상이 모두 차서 돌아가고 있는 상태다. 현재 623 병상을 보유한 서울의료원은 앞으로 850 병상 이상으로 증설해 수익을 늘림 방침이다.

서울의료원의 성공적 경영과 재건의 비결을 묻자 김 원장은 "절실함에서 나온 결과"라고 답했다. 김 원장은 "앞서 연세대학교 의료경영 과정을 통해 병원의 운영을 배웠지만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며 "직원들의 월급을 주는 문제부터 병원의 효율적 운영과 관리까지 실제 문제에 부딪히면서 경험을 통해 새롭게 깨우쳐 나갔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성과는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몸부림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 의료의 질적 향상 위해서 비용부담 인식 개선돼야

김 원장은 한국의 의료시스템에 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우리나라 의료계는 메르스 사태 이전과 이후로 분명 달라졌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사람들은 방역에 대한 중요성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의료 인프라의 개선이 시급함을 통감했다. 하지만 김 원장은 "사람들이 의료의 질적 개선은 요구하면서도 예산의 반영에는 인색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비용의 투자인데 이 부분에서 국민적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한국의 의료수준이 대단히 높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공공의료의 경우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모두 부족한 점이 많다고 털어놨다. 메르스와 같은 큰 사태가 벌어지면 결국 전면에 나서는건 공공의료 부분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민간이 의료서비스를 잘 제공하는 측면도 있지만 공공의 영역에서 감당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김 원장은 이러한 부분을 걱정했다. 그는 "메가시티인 서울이 앞으로도 많은 위기에 노출될 수 있다"며 "비용적인 투자를 하지 않은 채 계획만 가지고서는 위기가 반복된다"고 우려했다.

뿐만 아니라 김 원장은 병원의 조직을 구성할 때 의료 전문가의 인사나 배치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의료라는 영역은 전문적 지식이 필요한 부분인데, 만약 조직이 관료화 돼 이론적 부분에 치우친다면 본래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소통의 병원 구축할 것

김 원장은 궁극적으로 서울의료원이 시민중심의 병원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기존 병원은 의사가 일방적으로 시민에게 의견을 전달한다. 하지만 그는 시민과 의사가 소통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했다. 이러한 시스템 구축을 위해 미국의 메이요크리닉부터 한국의 삼성 아산병원 등을 세심히 관찰, 벤치마킹에 나섰다. 김 원장은 "서비스의 디자인으로부터 소통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며 "의사와 시민의 소통을 위해 중간에 디자이너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료를 전공하는 디자이너는 시민과 의사 사이에서 이들의 소통을 돕고 그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디자인 한다는 것이다.

또 김 원장은 서울의료원의 지역 친화적 정책도 적극 추진했다. 그는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메르스 당시는 프레스투어를 통해 정보의 공개와 투명성을 높였다. 두려움에 떠는 지역주민을 위해 메르스 강연도 열었다. 병원 건물도 공공재인 만큼 사용가능한 공간을 확보해 공연과 행사도 주최했다. 김 원장의 이러한 정책은 결국 시민중심의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초기부터 공공의료에 몸담은 김 원장은 아버지인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단순히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공직자의 입장으로 의료서비스에 접근한 것이다. 그는 서울의료원이 시민과 함께하고 시민을 배려하는 병원이 되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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